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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씅쭌모 Oct 19. 2024

사랑과 아름다움을 남긴 사람

'아침의 피아노'를 읽고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 '아침의 피아노'는 '살아있음'으로 알 수 있고, 할 수 있는 아름다움과 사랑에 대한 깊이를 진한 울림으로 전한다. 아침마다 듣는 피아노, 아니 이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이 결코 아침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에게 아침은, 그저 흘러가는 세월 중 하루의 시작이 아니기에 아침을 맞이하는 기쁨과 감사가 충만했을 것이리라. 그 관대한 사랑으로 세상풍경을 바라보았을 때 자연과 인간이 빚어내는 조화로운 움직임이 마치 피아노연주처럼 서정적이고 아름다워보였을 거 같다.


  암 선고를 받고 유한한 삶의 마지막이 언제일지 모르는 막연한 두려움 속에서도 사랑, 감사, 겸손, 생의 찬란함을 말할 수 있는 저자는 이제껏 자신이 정신노동을 통해 연구했던 '사랑'과 '아름다움'을 스스로 증명해 보인 셈이다. 저자가 말한 '비타 노바'의 여정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순간에 짧게 쓴 메모형식의 문장들이 무겁게 다가온다.


사랑의 마음, 감사의 마음, 겸손의 마음, 아름다움의 마음

무엇이 문제인가.

가고 오고 또 가고,

잘 보살피기.

적요한 상태.

내 마음은 편안하다. <274-279p>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또한 죽음을 알지 못한다. 내가 이 세상에 나오기 전 영원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이 세상에서의 여정을 마친 후, 영원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할 지도 모른다. 저자는 죽음을 앞두고 그곳이 어디인지는 모르나 더운 여름, 바람이 지나가는 서늘한 그늘같은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비타 노바'의 땅으로 건너가는 또 한번의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숭고한 아침을 기쁘게 환대하기로 결심한다. 내가 '살아있음'을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다시 도래한 하루가 얼마나 숭고한지, 그런 하루를 정중하게 환대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가 나의 나태를 성찰하게 한다.


  저자는 아침의 풍경을 자주 봤다. 길가 그늘에 앉아서, 병원 벤치에 앉아서, 아파트 베란다에서, 흐르는 계곡 물을 바라보며 풍경을 바라본다. 늘 보이는 파란버스, 왁자지껄 여러 모양으로 움직이는 남녀노소 사람들, 꽃, 나무, 찬란한 빛, 하늘, 비, 안개같이 흩뿌려지는 세우 등을.


  나도 요즘 바람과 볕이 잘 드는 공원 벤치에 앉아 그런 풍경을 본다. 그러면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의 기쁨을 만끽하고, 그 순간 느끼는 '자유'와 '충만한 행복'에 감사한다.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걸 잊지 않아야 겠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아침의 피아노'는 자신을 위해 쓴 글이라고 했지만, 이 책은 분명 남겨진 자들을 위한 선물이다. 지금 고 김진영 교수님이 비타 노바의 땅에서 어떤 풍경을 보며 산책하실지 모르겠지만 이 말씀을 꼭 해드리고 싶다.


  아름다움과 사랑을 본인 자신으로 끝까지 증명해보이고 싶어하신 작가님, 작가님이 남기신 글을 통해 작가님 곳간에 쌓인 '사랑' 과 '아름다움'이 열린 문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음을. 살아있는 동안 그 사랑들에 응답하고 싶으셨던 작가님의 간절함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전하고 싶다.


  나는 이제 어떻게 살 것이가? 이 책은 그런 질문을 하게 한다. 책을 추천한 지인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저자가 자주 언급한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를 선물하며 함께 읽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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