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는 윷놀이 수업

엄마, 아빠,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y Olive

Teachers are not defined by their lessons plans. They are defined by their passion.


새해가 시작되고 1월 말이 가까워오면서 우리나라의 최대 명절인 설날도 다가오고 있었다. 2020년 설날은 1월 25일, 마침 그 전날인 1월 24일에 한국어반 수업이 잡혀있었다. 하루 전날에 설날 수업을 할 수 있으니 안성맞춤이었다. 미국에서는 음력설을 Lunar New Year이라 부르기보다는 Chinese New Year로 부르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번 수업에서 중국설이 아니라 음력설임을, 한국에서는 설날이라고 한다는 점을 확실하게 가르쳐주고 싶었다.


명절을 맞는 수업이니 만큼 우리나라의 한복을 입고 수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혹시 입을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국에서 가지고 온 내 한복을 꺼낼 시간이 되었다. 한글학교에 성인 여자 한복이 2벌 있었는데 이 한복은 우리 수업을 함께 도와주고 있는 대학생 은비, 소정 선생님이 입기로 했다. 역시 명절엔 한복이지! 세 명의 한국 선생님들이 한복을 입고 복도로 들어서자 미국 선생님들, 학생들 모두 "Wow!" 하면서 반겨주었다.


설날에 대한 설명에 더하여 재미있는 활동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윷놀이가 생각났다. 명절에 인기 많은 윷놀이, 많은 인원이 다 같이 할 수 있는 전통놀이이기에 우리 한국어반 수업에서도 시도해 보고 싶었다. 윷은 한국에서 가져온 것이 었었고 윷판은 커다란 종이에 매직으로 쓱쓱 그려서 준비했다. 칠판이 자석칠판이니 말은 동그란 모양의 색깔 자석을 쓰기로 했다.


윷놀이를 무조건 하면서 즐기기보다는 놀이에 앞서 윷놀이의 의미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고 싶었다. 윷의 모양과 도개걸윷모의 의미, 윷판에 대한 설명을 프레젠테이션으로 준비해서 알려주니 이해가 빨랐다. 팀 구분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쉽게 구분하기 위해 남자와 여자로 나누기로 했다. 가는 말을 잡을 수도 있고 같이 엎어서 함께 갈 수도 있기에 이기고 있다고 너무 좋아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잘 일러 주었다.



윷놀이할 시간은 수업 끝나기 10분 전까지 약 30분 정도밖에 없었다. 시간이 빠듯했다. 말 4개가 모두 못 빠져나오더라도 시간이 다 되면 그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윷놀이의 묘미는 엎어서 함께 이동하기에 있었다. 남자아이들이 윷윷을 한꺼번에 던지고 이후 윷모까지 던지면서 말 3개를 먼저 빼고 말 하나만 남은 상황이었다. 여자 아이들은 말 하나밖에 못 뺀 상황. 하지만 갑자기 어느 순간에 여자 아이들이 말 3개를 엎어서 이동하면서 대 역전극이 펼쳐졌다.


결국 엎어서 한꺼번에 말을 이동시킨 여자 아이들이 우승! 남자아이들은 너무 아쉽다며 탄식을 했고 여자 아이들은 너무 좋아서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나온 목소리는 One more game! 누군가 시작한 하나의 목소리는 전체 목소리로 바뀌었다. One more game! One more game! 교실이 들썩거렸다. 하지만 시간이 10분 정도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더 하기는 어려웠다. 이제 그만~ 결단은 신속하게 마무리는 정확하게! 아쉬움이 컸지만 후다닥 정리를 하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수업이 10분 남은 지금, 아이들에게 꼭 가르쳐 줄 문장이 있었다. 그건 바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가 되면 꼭 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말이었다. 쉽고 재미있게 이 문장을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떠오른 노래는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이 노래의 음에 맞춰서 '엄마~ 아빠~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두 번 부르니 아주 딱 맞는 노래가 되었다.



노래를 몇 번 연습해 보고 나서 팀별로 노래를 부를 거라고 했다. 친구들과 손잡고 노래를 부른 팀에게는 설날 선물을 준다고 하니 아이들의 얼굴 표정이 휘둥그레 해졌다. 역시 모든 아이들은 선물에 약하다. 내가 준비한 설날 선물은 한글로 이름을 넣어서 프린트 한 새해 카드와 금박 종이로 포장된 초콜릿 동전을 넣은 작은 주머니였다.


새해 카드는 한 학생 당 2개씩 준비했다. 하나는 본인의 이름을 넣은 카드였고, 하나는 엄마와 아빠에게 드릴 카드였다. 집에서 부모님께 직접 카드를 드리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실천해 보라고 안내했다. 설날에 한국의 진짜 복 주머니를 사서 주면 좋겠지만 그건 너무나도 고가였다. 어쩔 수 없이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은 귀여운 주머니 파우치. 아마존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



설날을 하루 앞두고 진행한 한국어반 수업은 윷놀이와 함께 해서인지 한 시간이 십 분처럼 짧게 느껴졌다. 수업을 마치기 직전, 아이들은 양 손에 카드와 주머니를 들고 "김~치!" 하면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곤 "엄마~ 아빠~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노래를 한번 더 부르며 수업을 마쳤다.


한 번도 안 가본 한국은 몬태나에서 멀게만 느껴지고 처음 배우는 한국어는 많이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오늘만큼은 아이들에게 한국의 설날이 가깝게 느껴지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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