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반에서 우리나라 알리기

한국은 어메이징!

by Olive

Learning is not the product of teaching. Learning is the product of the activity of learners. -John Holt-


몬태나 공립 초등학교에서 처음 시작된 한국어반 수업에 모인 학생들은 모두 27명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대부분 백인 아이들이었고, 아시아에서 온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수업 시작하기 10분 전에 각 반에서 학생들이 각자 배정된 나라의 반으로 모였다. 나는 교실에 들어서면서 "헬로 헬로 투 마이 티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헬로 헬로 투 마이 프렌, 안녕? 안녕?"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모든 학생들이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일제히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한국어반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수업은 첫 번째 수업이라고 생각을 했다. 첫날 아이들에게 한국어반에 대한 좋은 인상과 재미있는 경험을 확실하게 심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준비한 수업 내용은 아이들의 모둠 정하기, 설문지 작성하기, 한국에 대한 소개,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이름 카드를 주고받는 게임이었다.


각 반에서 제각기 모인 아이들은 수업 때 아무 데나 친한 사람끼리 앉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하는 수업이지만 모둠을 정해서 고정된 자리를 배정하고 조별로 팀워크도 다지게 하고 싶었다. 미리 확보한 아이들의 명단을 가지고 플라스틱 숟가락에 한글과 영어로 이름을 써서 준비했다. 숟가락 뽑기를 해서 5개 모둠으로 나누었다. 모둠이 5개로 새롭게 구성되면서 성별도 학년도 골고루 섞이게 됐다. 수업 분위기도 훨씬 차분해졌고 친한 친구 옆에서 떠드는 아이들도 사라졌다.


그다음 준비한 내용은 설문조사! 나는 아이들의 생각과 경험이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몇 가지 질문을 담은 설문지를 만들어 아이들이 작성하도록 했다. 한 아이가 학습지는 싫지만 설문조사는 괜찮다며 씽긋 웃었다. 그리고 설문지를 모두 걷어서 내용을 정리한 후 그다음 주 금요일 두 번째 한국어반 시간에 설문 결과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한 아이들은 없었지만 모든 아이들이 처음 생긴 한국어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첫날 마지막 수업활동은 이름 카드 주고받기 게임이었다. 종이 한 장을 8칸으로 나누고 자른 후, 각 칸에 자신의 이름을 쓴 뒤 8개의 명함을 만든다. 모든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교실을 돌아다니며 아무나 만날 때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나눈다. 가위바위보! 진 사람은 가지고 있는 카드 한 장을 이긴 사람에게 준 후 서로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이때, 서로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도록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카드 8장을 모두 잃은 사람들이 몇몇 보일 때쯤 두 번째 게임을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은 가지고 있는 모든 카드를 이긴 사람에게 주어야 한다. 시간이 얼마 가지 않아 최종 두 사람이 남았을 때 잠깐! 을 외쳤다. 자리에 모두 앉게 한 후, 두 학생만 앞으로 나오도록 했다. 모든 아이들의 얼굴이 한껏 상기되어 있었다. 두 사람만을 지켜보면서 다 함께 외쳤다. 가위바위보! 최종 이긴 사람은 단 한 사람으로 모든 이름 카드를 갖게 되었고, 내가 준비 작은 선물, 한국 엽서도 받을 수 있었다. 이 게임을 통해서 학생들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가위바위보, 잠깐 이렇게 4가지를 즐겁게 익혔다.


☆☆ Ice-breaker, Name cards game ☆☆
Let’s do an icebreaker, so we can get to know each other.

- 1st Round -
① I’ll give you a piece of paper. Fold this in half three times.
You’ll create 8 cells on your paper.
② Write your name on each cell. So, you’ll be writing your name 8 times.
③ Now, cut along the lines so that you have 8 sheets of name cards.

We’re going to start 가위바위보 [gawi-bawi-bo] introducing the game.
Get up, walk around, say "annyeonghaseyo" to somebody else and gawi-bawi-bo.
After that, do gawi-bawi-bo! Loser has to give a name card to the winner and say "gamsahamnida" each other. Keep playing until all the name cards are gone.

- 2nd Round -
Only those who still have cards can play the 2nd round. When you meet a person,
do gawi-bawi-bo! and the loser has to give all their cards to the winner.
The final winner is person who has all the cards!

두 번째 시간에 준비한 수업내용은 한글에 대한 소개와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서 외우는 것이었다. 매 수업시간마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익히고 가부터 하까지 모두 배울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 이때 활용한 곳은 헬로 캐리 한글 유튜브 채널이다. 수업 시작 2개월 전에 문을 연 채널이었는데 마치 우리 한국어반을 위해 개설된 것처럼 느껴졌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 단어들을 재미있는 노래와 율동으로 소개하는 다양한 영상들이 있어서 초등학교 아이들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곳이다.


한글로 학교 이름, 선생님과 친구들의 이름을 칠판에 써 주면서 설명을 했다. 모든 이름을 발음 그대로 거의 똑같이 한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는지 몇몇 학생들이 잇츠 어메이징!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글의 놀라운 역사, 뛰어난 가치를 프레젠테이션으로 소개를 해 주고 짧은 영상도 보여주었다. 그 후에는 미리 만들어 온 자신의 한글 이름 종이에 붓펜으로 색칠을 하게 했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색칠하는 아이들의 진지한 모습은 한국 학생들과 다를 바 없었다.



이제 한 해의 마지막 달, 12월이 시작되었고 한국어반도 세 번째 시간을 맞이하였다. 매 수업 하루 전인 목요일에는 한국 선생님들과의 수업 준비 모임을 가졌고, 금요일 오전에는 미국 친구인 바니를 만나서 수업을 영어로 한번 연습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준비를 미리미리 하는 만큼 수업에 대한 부담보다는 수업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내게 찾아왔다.


이번 시간의 주제는 한국을 상징하는 것들, 그리고 바람개비 태극기를 만드는 활동이었다. 태극기, 애국가, 무궁화 등을 소개하고 이 중에서 태극기에 대해서는 자세한 의미를 더해서 설명을 했다. 바람개비 태극기를 만들기 위해서 Oriental Trading에서 Pinwheels로 준비물을 구매하였고, 태극문양과 건곤감리는 작게 프린트를 해서 준비했다. 미니 태극기도 하나씩 주고 싶어서 꼬치구이를 해 먹기 위해 사 둔 긴 대나무를 활용하여 아이들 수에 맞게 만들어 갔다.


수업을 마칠 무렵, 한 손에는 바람개비 태극기를 들고, 한 손에는 미니 태극기를 흔들면서 사진을 찍었다. 분명 여기는 미국인데, 이 아이들은 모두 미국 아이들인데 교실 가득 태극기가 넘실거렸다. 모든 학생들이 태극기를 손에 들고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한국 선생님들 마음도 뿌듯해졌다. 이내 마음 가득 뿌듯함이 차 올랐다.


올해의 마지막 수업의 주제는 한국의 명절로 정했다.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연휴로 인해 미국 전역이 명절 분위기로 달아오른다. 때가 때이니만큼 명절을 주제로 한국어반 수업을 진행하고 싶었다. 우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절 5가지를 하나씩 소개하기로 했다. 많은 명절 중에서 추석, 단오, 한식, 정월 대보름, 설날을 선정했다.


그리고 이 날 선택한 활동은 복 주머니 만들기! 새해가 곧 다가오는 만큼 복 주머니의 의미도 배우고 '복' 글자도 연습해 보면서 알록달록 종이로 귀여운 복 주머니를 만들기로 했다. 복 주머니 가운데에는 펀치로 구멍을 뚫어 술(태슬) 장식도 달아 주었다. 비록 종이 복 주머니였지만 아이들 스스로 공들여 만들었기에 소중하게 여기며 흐뭇해하는 얼굴들이었다.



매주 한 번씩 하게 된 한국어반 수업 덕분에 세 번째 맞는 몬태나에서의 연말이 여느 때보다도 더 알차게 지나간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2020년 새해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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