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음식 문화 가르치기

식사예절, 젓가락 그리고 떡

by Olive

Education is a candle that kindles and enlightens our mind. -Debasish Mridha-


2020년 새해가 시작되고 맞은 처음 맞은 한국어반 수업은 1블록 마지막 시간이었다. 매 블록 마지막 시간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과 관련된 수업을 하고자 했다. 첫 음식 수업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미국에서는 생소하지만 한국에서는 인기가 많은, 그러면서도 대표성이 있는 음식으로 이 떠올랐다. 떡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 중 하나인 것도 이유가 되었다.


다 함께 떡을 직접 만들어서 먹으면 가장 좋은 수업이 되겠지만 한 시간 안에 25명이 넘는 아이들과 함께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이리저리 궁리를 해 보았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실습실도 없는 일반 교실에서 떡을 만드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은 떡에 대한 소개, 젓가락 사용법, 식사 예절을 가르쳐 준 후 미리 만들어 놓은 떡을 시식해 보는 것이었다.


떡에 대한 수업 내용은 어려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다양한 떡을 보여줌으로써 생소한 떡이라는 개념을 친근하게 인식시켜 주고 싶었다. 그래서 떡의 종류에 대해서 다양한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떡을 나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만드는 방법에 따라서 크게 찐 떡, 친 떡, 빚은 떡, 지진 떡으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더하고 싶었다. 그건 미국에서 많이 해 먹는 방법인 오븐으로 구운 떡이었다.


이렇게 5가지의 떡의 종류를 보여주고 몇 가지 떡을 시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교실에서 떡을 만드는 것은 어려웠기에 집에서 만들 수 있는 떡 3가지를 준비해서 가지고 가기로 했다. 친 떡으로 인절미, 빚은 떡으로 꿀떡, 구운 떡으로 오븐 찰떡! 수업이 오후 2시라서 오전에 만들 시간은 충분했다. 한창 집에서 빵과 떡을 만들어서 나누어 먹을 때였다. 만드는 내내 처음 떡을 먹어 볼 아이들의 얼굴이 하나씩 떠올랐다. 선생님들께도 조금씩 드릴 요량으로 넉넉하게 만들기로 했다.



이번 음식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떡 시식에 앞서 올바른 젓가락질과 바른 식사 예절을 배우는 것이었다. 젓가락은 많은 아이들이 아시안 식당에서 본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 중국, 일본 젓가락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세 나라 모두 젓가락을 사용하지만 각기 다른 모양의 젓가락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다. 가장 길고 나무 재질의 뭉툭한 젓가락을 사용하는 중국, 주로 쇠로 되어 있고 비교적 가는 젓가락을 사용하는 한국, 길이가 가장 짧고 끝이 뾰족한 젓가락을 사용하는 일본.


젓가락의 모양은 각 나라의 음식 문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기름진 음식이 많으며 가운데에 음식을 놓고 공유하는 중국은 나무로 길게 젓가락을 만들어야 했고, 해산물과 국수를 많이 먹는 일본은 젓가락 끝이 뾰족해야 했다. 김치와 같은 절임채소를 많이 먹으며 금속 문화가 발달한 한국은 젓가락 역시 금속으로 만들었다. 한국 젓가락은 다소 납작하고 금속 재질이라 처음에 사용할 때 다소 어렵게 느껴지지만 한번 익숙해지면 편하고 나무보다 훨씬 위생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나서 잘 먹기 위해 젓가락질 연습!



떡에 대한 소개와 젓가락 사용 연습, 한국의 식사 예절에 대한 수업 내용을 마치고 드디어 떡을 시식해 볼 시간이 다가왔다. 혹시나 모를 음식 알레르기에 대비하여 시식 전에는 떡 만드는 데 쓰인 재료에 대해서 자세히 안내를 했다. 그리고 세 선생님이 한 가지씩 떡을 맡아서 나누어 주기로 했다. 떡을 받을 땐 질서 있게 줄을 서고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한 후, "선생님! 떡 주세요."를 하면서 받도록 했다. 오늘 꼭 배워야 할 문장이었다.


아이들이 떡을 받기 위해 줄을 서면서 "I can't wait!"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지막이 들렸다. 떡을 모두 처음 먹어보는 아이들이었다. 3가지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떡은 꿀떡이었다. 꿀떡에 꿀은 안 들어갔지만 세 가지 중에서 가장 달달했던 꿀떡이 예상대로 인기가 제일 많았다. 한 사람당 2~3개씩 3가지 종류의 떡을 맛보았다. 비록 전통 방식으로 떡을 만들 수 없어 집에서 최대한 비슷하게 만든 떡이었지만 아이들에게 새로운 한국의 맛을 보여준 것으로 만족했다.



떡 몇 개는 따로 접시에 담아서 미국인 담임 선생님과 보조 선생님께도 드렸다. 늘 수업에 함께 해 주시는 한국 선생님들께도 작은 떡 봉지를 선사했다. 넉넉히 만들어 가길 잘했다. 수업을 모두 마치고 교실문을 빠져나오는데 한 아이가 "Seon...sang nim!" 하면서 나를 불렀다. 왠지 트리스탄 목소리 같았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맞았다. 수업이 끝나면 늘 앞으로 나와 내게 재잘재잘 말을 거는 아이중 한 명이었다.



작은 종이가방을 내게 건네면서 새해 선물이라고 했다. 주말 내내 한국어반을 생각하며 뭔가를 만들었단다. 꺼내 보니 작은 전구가 반짝이는 손전등이었다. '감사합니다. 트리스탄에서'라고 또박또박 적은 글자가 너무 귀여웠다. '에서'라는 글자는 안 배운 것 같은데?라고 물으니 'from'을 번역기에 넣어서 찾아보니 '에서'라고 나와서 그리 적었다며 빙그레 웃는 아이.


'드림' 대신 '에서'를 썼지만 번역기의 한계 때문인 걸 어쩌랴. 그 마음이 너무 예쁘니 이번엔 패스! "감사합니다." 인사를 꾸벅하고 트리스탄은 다시 교실로 들어갔다. 한 학생이 선사해 준 작은 손전등, 왠지 내 마음을 환하게 비춰주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또한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을 계속 비추어줄 것만 같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