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태나 초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다

Hour of Enrichment

by Olive

Language is the road map of a culture. It tells you where its people come from and where they are going. -Rita Mae Brown-


몬태나주립대학교에서 가장 가까이에 위치해 있는 어빙 초등학교에는 약 30%의 외국 학생들이 재학을 하고 있다. 어빙 초등학교는 다문화 가정이 많은 학교이니 만큼 특색 있게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대표적으로 인터내셔널 데이와 HOE를 들 수 있다. 매년 5월이면 인터내셔널 데이 행사를 개최하여 여러 나라에서 오신 학부모님들이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이 행사는 일 년에 한 번 운영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HOE 프로그램은 고학년인 4~5학년을 대상으로 하는데 일주일에 한 시간씩 총 15주에 걸쳐 진행을 하는 교육과정 내 특별수업이다. HOE는 Hour of Enrichment의 약자로 몬태나 보즈만에서 세계 언어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인 World Language Initiative - MT (WLI-MT)과의 협약으로 시작되었다.


두 해 동안 실시된 HOE 프로그램은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아랍어 등만 이루어졌다. 이번 2019년 가을 새 학년에는 한국어와 터키어, 아랍어로 구성이 되었다. 아랍어는 교육청 지원으로 모로코에서 파견을 오신 아랍어 선생님이 수업을 맡기로 했다. 터키어는 몬태나주립대 영어 프로그램 교수이면서 터키에 잠시 살았었던 미국인 선생님과 터키 대학생 한 명이 함께 꾸리기로 했다.


한국어반은 어빙 초등학교의 학부모이자 WLI-MT의 대표자인 엘리자베스가 내게 부탁을 하게 되면서 개설이 되었다. 몬태나 보즈만에서는 처음으로 공립학교의 정규 수업으로 한국어반이 개설이 되었고 그 기회를 내가 맡게 된 것이다. 비록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씩 진행하는 특별수업이었지만 너무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 기회로 다가왔다.



내가 중국반 수업의 보조교사를 하면서 도움을 드렸던 것처럼 우리 한국반에도 보조교사를 해 줄 분이 필요했다. 수업을 혼자 맡기에는 한 시간 수업 동안에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한글학교 교장선생님께 도움을 요청드리니 기꺼이 함께 하고 싶다고 하셨다. 한국 대학생들에게도 물어보니 2명이 마침 금요일 오후에 수업이 없다며 너무 좋은 기회라고 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인 학부모인 헬렌씨도 참여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 왔다.


이렇게 한국반은 나를 포함 모두 5명의 한국 선생님이 수업을 함께 이끌어 가게 되었다. 천군만마를 얻은 듯 힘이 났다. 중국반에서는 비슷한 활동별로 수업 블록을 나누어 구성했기에 가장 인기가 많았던 음식 수업은 한쪽으로 편중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 한국반에서는 조금 다르게 접근하기로 했다. 3가지의 주제(Amazing Korea, Dynamic Korea, Beautiful Korea)로 블록을 나누고 음식을 포함하여 다양한 활동이 골고루 들어가도록 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음식 수업은 매 블록의 마지막 시간에 편성을 했고, 흥미 있는 활동 중심의 수업 내용으로 구성을 했다. 한국 자음과 모음은 15주에 걸쳐 골고루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수업은 첫 수업! 첫 수업 때 가장 기본 한국어인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를 확실하게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노래는 2가지였다. '안녕 노래'와 '감사 노래'. 안녕 노래는 아이들이 대부분 알고 있는 'Are you sleeping?' 노래의 음에 맞게 부르면 된다. 선생님께는 '안녕하세요?', 친구에겐 '안녕?' 하며 인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 'Annyeong' Song ♡

Hello Hello to my teacher Annyeonghaseyo Annyeonghaseyo

Hello Hello to my friend Annyeong Annyeong

♡ Are you sleeping? ♡

Are you sleeping? Are you sleeping? Brother John, Brother John

Morning bells are ringing, Morning bells are ringing Ding, Dang, Dong Ding, Dang, Dong


감사 노래는 'Row, row, row your boat' 노래의 음에 맞게 부르면 되고 수업을 마칠 때 부르기로 했다. 간단한 노래였지만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두 가지 기본 문장조차도 매우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친숙한 노래의 음으로 자꾸 연습하다 보면 쉽게 두 문장을 배울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 'Thank you' Song ♡
Thank you Thank you in Korean Gamsahamnida Gamsahamnida
♡ Row, row, row your boat ♡
Row, row, row your boat Gently down the stream Merrily merrily, merrily, merrily Life is but a dream


드디어 10월 말이 되었고, 첫 수업이 다음 주로 다가왔다. 그런데 기분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3개 언어(한국어, 터키어, 아랍어) 반에 대한 반배정은 4~5학년을 모두 섞은 후 우선 지망을 고려하여 똑같은 수로 나누기를 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1, 2, 3 지망을 쓰도록 해서 기왕이면 1 지망 반으로 정해질 수 있도록 했는데 한 반으로 1 지망이 몰리게 될 경우 어쩔 수 없이 2, 3 지망 반으로도 배정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수업을 며칠 앞두고 엘리자베스로부터 받은 반 배정에 대한 메일에는 아이들이 반별로 몇 지망을 했는지 모두 표기가 되어 있었다. 첨부파일 엑셀 표에는 어느 반에 몇 지망의 아이들이 배정되었는지가 쓰여 있었다. 한국어반으로 1 지망을 한 학생이 제일 많았다며 한국어반만 1 지망 아이들로 모두 배정이 되었고 아랍어와 터키어반은 2, 3 지망 아이들도 배정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메일을 보는 내내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한 반에는 약 25명 내외의 아이들로 구성되었다.


이제 첫 수업 시작! 2시 10분 시작인데 우리 한국 선생님들은 1시 50분에 해당 교실 복도로 모두 모였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수업을 18년이나 했는데 미국 초등학교 수업은 왠지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다시 신규교사의 마음으로 되돌아가는 듯 가슴이 설렜다. 영어로 한국어를 설명해야 하지만 자신감을 갖자! 재미있게 해 보자! 나도 모르게 주문을 걸면서 교실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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