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태나에서 한국 대학생들과 함께 뭉쳤다.

몬태나주립대학교 ELK 한국 클럽

by Olive

Some people make the world more special just by being in it.


몬태나 보즈만에서 생활하면 할수록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미국인들을 점점 더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보즈만에는 한국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선생님도 없었고 공립학교 내 한국어 수업도 없었다. 몬태나주립대학교에도 중국어와 일본어를 가르치는 교수와 강사만 있을 뿐, 한국어는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몬태나주립대학교에는 한국 대학생들이 몇 명을 뿐이었다. 중국 학생이나 일본 학생에 비하면 아주 적은 규모였다. 6개월 또는 1년 교환학생으로 온 학생들이 3명 내외, 정규 대학생 1명, 그렇게 4명 내외의 학생들이 전부였다. 캠퍼스 주택에 살고 있는 덕분에 대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종종 생겼고 한국 학생들도 알게 되면서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낼 수 있었다.


학생들은 내게 주변의 미국 학생들이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배울 기회가 없어서 아쉽다고 했다. 그때 든 생각은 어떻게 해서든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늦은 나이에 미국으로 온 탓에 나는 왠지 모르게 미국 생활에 자신이 없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사십이 넘어서 미국으로 이사를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 있는 것이 있었다. 그건 한국에 대한 것! 거꾸로 생각하면 한국에서 사십 년이나 살았고, 한국에서 최근까지 교직생활을 한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한국 학생들에게 한국 문화클럽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선생님이 도와주신다면 너무 좋아요!" 이 대답에 용기가 생겼다. 백 년이 훌쩍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이 대학교에 그동안 한국 학생들의 만남을 위한 한국 학생회는 있었지만 한국문화와 한국어를 소개하고 알려주는 한국 클럽은 없었다고 했다. 나와 한국 대학생들은 힘을 합쳐 대학교 내 한국문화 클럽을 만들기로 했다.


대학 클럽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지도교수와 회장이 필요했다. 지도교수는 대학교에서 일을 하는 사람, 즉 교수, 연구원 등이어야 하고 회장은 현재 학교를 다니고 있는 대학생이어야 했다. 또한, 회원으로 최소 10명 이상의 인원이 필요했는데 이 중에서 80%는 현재 몬태나주립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다행히 남편이 대학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 지도교수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회장은 그때 교환학생으로 와 있었던 민주 학생이 맡아서 열심히 해 보겠다고 했다. 최소 회원 명수인 10명은 그동안 알고 지냈던 미국 대학생들과 한국 대학생들을 통해서 금방 채울 수 있었다. 그다음 중요한 것은 클럽의 이름이었다. 다른 대학교의 한국 클럽을 검색해 보니 00 대학교 한국문화 클럽, Korean Culture Club 등 다들 평범했다. 나는 좀 다르게 이름을 짓고 싶었다. 쉬우면서도 몬태나 지역에 맞는 색다른 이름을 짓고 싶었다.


그동안 나는 한국에서 어떤 이름을 짓는 것을 참 좋아라 했다. 왠지 이름 짓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대학교 하숙집 친구들과 모임을 만들 때 하숙집 우정을 줄여서 '하우'라는 이름을 만들었고, 3학년 5개 반 동학년 모임을 만들 때도 숫자 3과 5에 착안을 해서 '삼삼오오'라는 이름을 짓기도 했다. 이번 한국 클럽도 어떻게 지을까 고민하다가 본 것이 있었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많은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Talk to me in Korean. 줄여서 TTMIK으로 하는 것처럼 약자로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조건 Korea는 들어가야 하니 K를 어떻게 넣을까 고민하다가 갑자가 떠오른 아이디어. ELK 였다. 엘크는 몬태나에서 아주 유명한 야생 동물로 사슴보다 덩치가 크고 뿔이 아주 멋지다. L은 Learn으로 하고, E는 Enjoy와 Explore 중에서 고민하다 Explore로 하기로 했다. Explore and Learn about Korea 줄여서 ELK, 엘크! 딱 마음에 드는 이름이 정해졌다.


클럽의 지도교수, 회장, 회원, 그리고 이름도 정해지니 대학교 사무실로 찾아가서 정식 클럽으로 등록을 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학교 클럽으로 등록이 되면 학교 내 강의실 또는 회의실을 예약 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학교 홈페이지에 홍보도 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2018년 말, 대학생들과 힘을 합쳐서 드디어 몬태나주립대학교 내 한국 클럽이 정식으로 결성이 되었다.


나는 한국에서 온 한국 선생님으로서 대학생들에게 토요일마다 한국어 수업을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학기별로 토요일마다 한국어 수업을 하는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정도 한국 문화 모임을 가지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학생들 모두 좋다고 했다. 얼마 되지 않는 한국 대학생들이었지만 공식적인 한국 클럽이 만들어지고 나니 모두 열심히 즐겁게 해 보고 싶다고 했다.


몬태나 한인회장님, 이호 한국식당 사장님(시의원님), 보즈만 한글학교 교장선생님께서도 한국 클럽 조직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시며 도와줄 것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라고 해 주셔서 더 힘이 났다. 회장님과 교장선생님께서는 모임할 때 간식 등 필요한 것을 사라며 격려금을 보내주셨고 이호 사장님께서는 개강 모임 때 맛있는 한국음식을 푸짐하게 후원해 주셨다.


토요일에 실시한 한국어 수업은 늘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를 해 주었다. 팬데믹 전까지 매 학기 5~7번의 수업을 진행했는데 수업을 할 때마다 10~15명 이상의 학생들이 모였다. 한국어 수준은 모두 기초이기에 영어로 한국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도 만만치 않았지만 교사로서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참 소중했고 몬태나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학생들이 있어서 좋았다. 매 수업 한국 대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함께 해 준 덕분에 우리들의 한국어 수업은 더 활기차고 재미있을 수 있었다.


클럽활동으로 운영하는 토요 한국어 수업이었지만 조금씩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만날 때 "안녕하세요?", 헤어질 때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가세요."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모습은 한국의 학생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캠퍼스를 걷다가도 가끔 클럽 회원인 미국 대학생들이 내게 "안녕하세요? 선생님!" 인사를 건네기도 했는데 그럴 땐 더 반갑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ELK 토요일 한국어 수업: (좌) 1기, (중) 2기, (우) 3기
ELK 한국문화 행사: (좌) 설날맞이 윷놀이, (중) 종강 수업 때 사다리 게임, (우) 2020년 초, 한국클럽 개강 모임

2018년 말에 조직된 ELK 모임은 민주 학생이 처음 회장을 맡아주었는데 2019년 초, 사정상 급하게 한국의 대학교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그때 교환학생으로 와 있었던 경남 학생이 회장을 이어받았고, 경남 학생이 떠난 후에는 뒤이어 교환학생으로 온 은비 학생이 회장을 맡아 주었다. 그렇게 2018년 말부터 2020년 봄까지 3대에 걸쳐 ELK 활동이 이어졌다.


1기 활동 땐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민주가 있어서 든든했다. 교환학생이었던 경남, 대학교 4학년이라 바빴을 한별이도 한국 클럽에 적극적으로 함께 해 주었다. 2기 때는 경남이가 회장을 이어받았고 새로 온 교환학생, 쾌활한 성격의 준혁이도 함께 해 주어서 늘 클럽의 분위기가 활기찼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2019년 여름 모두 떠날 수밖에 없었고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한국 대학생들이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클럽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한국 클럽을 놓을 순 없었다. 학교 캠퍼스에서 열리는 개학 전 홍보 행사 때 한국 클럽도 부스를 차리고 더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기로 했다. 한국 대학생은 없었지만 한국분들과 클럽 회원인 미국 대학생들이 함께 부스 운영을 도와주셨다. 그리고 정말 반갑게도 이번 학기에 새로 온 3명의 한국 교환학생, 은비, 소정, 수아를 만날 수 있었다.


2019년 8월, 새학년 시작을 앞두고 캠퍼스에서 열렸던 한국클럽 ELK 홍보 행사

몬태나주립대학교에 은비와 소정은 1년 교환학생으로 수아는 6개월 교환학생으로 왔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 세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해 주고 도와준 덕분에 우리들의 ELK 클럽은 2019년 9월 새 학기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2019년 하반기에 새로 시작하게 된 HOE(Hour of Enrichment) 초등학교 한국반 수업에도 한국 학생들이 늘 함께 해 주어서 큰 힘이 되었다.


토요일 한국어 수업의 마지막 날, 내게 "선생님, 서프라이즈~!" 하면서 깜짝 선물로 주었던 카드와 작은 화분은 정말 감동이었다. 언제 이런 걸 준비했냐고 물으니 내가 수업을 하고 있는 동안 비밀리에 카드를 돌려 가며 작성했다고 한다. 정말 몰랐다. 감동을 받았다고 말을 해 주니 배시시 웃는 학생들. '고맙습니다. 선생님!'이라고 써 준 카드에는 학생들의 예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ELK 한국어 수업을 마치고 나서 학생들이 선물로 준 카드와 화분

한국에서 온 대학생들, 한국을 사랑하는 미국 대학생들과 함께 한 약 1년 반의 시간은 몬태나에서 경험한, 교사로서 경험한 아주 멋진 시간으로 내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저도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선생님이 될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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