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n't meet people by accident. They are meant to cross our path for a reason.
몬태나에서 산 지 2년쯤 지나고 우리 가족은 처음으로 한국에 방문을 했다. 물론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 형제자매,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 다녀왔다. 그것에 더해서 한글학교에 필요한 여러 물건들을 구매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교장선생님께서 한글 수업에 필요한 학용품, 전통놀이 용품, 준비물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주셔서 그동안 사고 싶었던 물건들을 많이 사서 올 수 있었다. 더불어 내 한복도 한 벌 맞춰서 가지고 왔다.
다시 돌아오자마자 교장선생님께 전통놀이 한마당을 제안드렸다. 사 온 다양한 전통놀이 용품을 가지고 한국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교장선생님과 상의하여 모두 12개의 코너별 활동을 준비했다. 여권 모양의 활동지를 만들어 8개 이상 체험한 사람에게는 한국 과자를 한 봉지씩 선물로 주었다. 각 코너마다 한국분들, 몬태나주립대학교 학생들이 맡아서 진행을 했다. 장 집사님께서는 점심으로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오셨다. 나는 약밥을 만들어 갔다. 많은 분들의 협조와 참여 덕분에 행사는 대성공!
새해가 되고 설날이 다가오자 설날 특별수업을 하면좋을 것 같았다. 교장선생님께 말씀드리니 적극 도와주신다고 하셨다. 설날에 도서관 커뮤니티 룸을 빌려서 연하장 만들기, 부모님께 세배하기, 태권도 배우기 등의 내용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했다. 역시 이번에도 남편의 도움으로 태권도도 함께 배우는 시간을 가졌고 부모님들도 함께 참여하는 수업으로 재미있게 수업을 할 수 있었다.
한글학교 수업을 시작한 지 일 년 반이 지났을 무렵, 교장선생님께서는 시애틀에서 NAKS(재미 한국학교 협의회) 학술대회가 열린다며 같이 가자고 하셨다. 몬태나에서 시애틀까지는 화장실만 중간중간 잠시 다녀오고 쉼 없이 가더라도 편도로 무려 11시간이나 걸린다. 이 먼 거리를 교장선생님의 남편이신 윤 집사님께서 운전을 해 주셨다. 윤 집사님의 운전 실력은 정말 최고셨다. 흐트러짐 없는 안정된 자세로 빠르지만 편안한 운전을 하시는 분이셨다.
학술대회 기간 동안 미국 전역에서 모임 많은 선생님들을 만나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사십 년 동안 수묵화를 그려오신 목원 임섭수 화백님으로부터 수묵화를 배운 것이 기억에 남는다. 오며 가며 체험할 수 있도록 진행된 코너였는데 나는 화백님의 그림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학회 일정 중 하루, 오후 수업을 아예 안 들어가고 화백님 옆에 있었다. 화백님은 왜 수업 안 가냐고 하셨지만 내게 그림도 그려주시고 이것저것 수묵화의 기초에 대해 가르쳐 주셨다.
전국에서 온 많은 강사님들의 수업도 받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 자넷 선생님과의 만남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자넷 선생님은 미국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한국어 가르치는 방법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셨다. 선생님의 강의 내용이 너무 신선하고 좋아서 다시 꼭 뵙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시애틀 오기 전, 나는 몬태나주립대학교 한국 클럽을 조직한 후 대학생들에게 한국어 수업을 하기로 한 상태였다. 막상 안내만 놓고는 걱정을 한가득 하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강의가 끝난 후 개인적으로 연락드려서 상의를 드리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흔쾌히 연락하라고 하셨다.
자넷 선생님께서는 미국의 학교에서 오랜 기간 선생님으로 일을 하시다가 한국어 교육에 관심이 생겨 직업을 한국어 교사로 바꾸신 분이셨다. 능력과 인성을 모두 갖추신 멘토 선생님을 알게 되어 큰 행운처럼 느껴졌다. 학회 이후 줌 미팅을 통해 내게 용기도 많이 주시고 수업 운영 팁도 많이 알려 주셨다.
2020년 봄이 되자, 몬태나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졌다. 모든 학교는 문을 닫았고 온라인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여름에도 캠프를 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나도 아이들도 학부모님도 모두 똑같았다. 우리들은 방역을 철저히 하고 건강수칙을 잘 지키는 조건으로 인근 공원에서 여름캠프를 짧게 3일 간 진행하기로 했다. 모두 6명의 아이들과 함께 게임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한글도 배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 여름캠프는 아이들 캠프뿐 아니라 고등학생 2명과 함께 하는 캠프도 진행했다. 두 학생 모두 영어가 모국어인 학생들. 올리비아는 한국 드라마를 자주 시청하고 어른이 되면 한국에 꼭 가고 싶다고 하는 학생이고, 렉시는 BTS 정국의 열혈팬이자 김치를 즐겨 먹는 학생이다. 두 학생들의 한국에 대한 열정 덕분에 나도 수업을 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몬태나 보즈만에서 함께 한 시간 중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글학교 교사로서 한글 수업과 여름캠프 등을 통해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님을 만났다. 항상 교장선생님께서 격려해 주시고 후원해 주셔서 힘이 났고 계속 나아갈 수 있었다.
이제 팬데믹으로 인해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상황이 되었다. 온라인의 시대가 된 지금 언제든, 어디서든 몬태나에 있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음에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한글 수업은 줌을 통해 지금도 계속 현재 진행형이다. 온라인이 계속되는 한, 우리들의 만남도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