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솜 하다

by 녹명

'띠리 리리 띠리리...'

양화대교 위를 달리는 버스 안

반갑지 않은 전화다.

터지는 눈물을 참을 재간이 없다.

저 강물에 나를 던져 벚꽃 흐드러지던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마침 윤슬은 벚꽃처럼 반짝이니...


YOON, <My Little Universe>, 2014,Oil on canvas,53cm x33.4cm


주말의 영화나 친구가 몰래 건네준 로맨스 소설에서나

사랑이란 말을 들었지

반짝이던 아이가 뿌연 창문처럼 희미하니 멀어졌다.

전화벨소리가 공습경보 사이렌소리처럼 오그라들게 하니

어둠이 내려앉으면 숨을 쉬었다.

햇살에 눈살을 찌푸리고 울기만 하다가

속일 수도 없고 그런 척할 수도 없는

마음 한 자락 토닥이며

눈물을 닦고 입술을 깨문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오롯이 혼자 걸으며

고개를 숙여 한 발자국만 내딛는다.

칠흑 같던 바닥이 어렴풋 회색빛으로 퍼져가니

고개를 조금 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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