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엄마로 살지 않을래요
내일은 더 행복한 엄마가 될래요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토록 찬란한 이십 대를 거쳐 눈에 콩깍지가 잠시 씐 채로 결혼을 하고 분신 같은 아이를 출산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까지의 삶과는 180도 다른 또 다른 인생이 펼쳐진다.
나만을 바라봐주던 왕자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게 마련이고 나는 어느새 아이의 시다바리이자 남편의 이모님으로 둔갑해 있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나는 내 리즈시절이 너무도 그리워 종종 꿈을 꾸기도 한다. 꿈속에서의 나는 나비같이 자유로웠고 햇살같이 밝았다. 티끌 하나 없는 순수한 영혼이었고 세상 근심걱정 없는 꿈도 많고 웃음도 많은 어여쁜 아가씨였다. 달콤한 꿈에 취해 있다가 아침에 눈을 뜨면 가끔씩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혹시 지금이 꿈이 아닐까, 꿈이라면 빨리 깨어서 나가자.'
그러다가 문득 거울을 보면 그 시절의 어여쁜 아가씨는 온데간데없고 웬 아줌마 하나가 주름 가득한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 나는 그렇게 늙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신랑과 아이만 바라보면서 헌신하다가 그게 전부인양, 마치 그것을 위해 태어난 운명인양 살아왔다. 부러 그렇게 살려고 애써 노력했던 것은 아니었으나 아이라는 존재는 어느새 나를 그토록 저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엄마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그런 삶들이 행복했다. 적어도 아이의 자아가 독립되기 이전까지는.
남편보다도 더 나만 바라봐주고 하루종일 뽀뽀 해주는 아이는 정말 세상이 내게 준 또 하나의 선물 같았다. 그러던 아이가 이제는 슬슬 엄마의 둥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날갯짓을 한다. 저 혼자 세상 밖으로 나가서 탐색하고 또 다른 둥지에 가서 놀고 싶단다. 그렇게 아이는 건강한 독립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제야 번뜩 정신이 차려지면서 나도 나를 위한 또 다른 인생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모든 것을 내어주는 나무처럼, 가시고기 엄마처럼 살아왔던 나는 그것이 마치 정답인 양 순응해 왔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엄마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아이를 보면서 조금씩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은 자녀에게 모든 희생을 하려는 엄마의 태도가 오히려 아이를 더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자칫 엄마의 수고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이기적인 아이로 만들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아이를 더 큰 둥지로 날려 보내는 대신, 나는 더 행복한 엄마로 살아야겠다고. 무조건적인 희생만을 보여주는 엄마의 모습 말고, 남은 생은 무언가를 위해 또다시 도전하고 나만의 멋진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가끔씩 출판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으면 아이가 못내 서운해하곤 한다. 이제까지는 본인만 바라보다가 엄마가 갑자기 또 다른 일을 하기 시작하니 아이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십여 년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던 엄마였으니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또한 각자의 자아발견을 위한 과도기쯤이라고 생각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게 나는 또 하나의 행복을 찾았고 벌써 두 권의 책을 집필했다.
아이 역시 성장하면서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배워가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내심 뿌듯하기만 하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멋진 엄마가 될 수 있기를.
이제 나는 무조건적인 희생만이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속은 곪아 터질 대로 터졌으면서 아이 앞에서만 애써 방긋방긋 미소 짓는다고 해서 과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앞으로는 내면에서부터 행복이 차오르는, 진심으로 사는 게 신명 나는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다.
브라보 아월 라이프.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응원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났던건 아니란다
한때는 부모님의 사랑스런 딸이었고
그들의 애틋한 첫사랑이었으며
또 누군가의 자랑스러운 인재들이었단다
지금은 너희의 해바라기로 살아내느라
살짝 기운 목이 잘 돌아가지 않지만
또 다른 태양이 자꾸만 손짓하는구나
이젠 좀 돌아봐야겠어
- J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