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눈에 비친 괴짜 엄마
내일은 더 행복한 엄마가 될래요
오늘 하루도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수도 없이 왔다 갔다 하며 내 아이에게 잔소리를 해댔다.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사오정 나방을 뿜어내는 나를 보면서 불쑥불쑥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화를 내고 잔소리를 하면 결국 내가 더 속상하고 힘든데 왜 자꾸 반복하고 있는 건지 급기야 나 자신에게 짜증이 난다.
아이 때문에 속상해서 화를 내면, 그렇게 화를 내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싫어서 또다시 동굴로 들어가는 악순환의 반복인 듯하다. 살다보니 남자들만 동굴로 들어가는건 아닌 것 같다. 여자들도 들어갔다 나오기를 무한반복한다.
엄마의 삶은 그랬다. 끝도 없는 행복과 불행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모든 것들이 다 나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아이는 잘못한 게 별로 없었다. 서너 살 쪼꼬미시절에는 무슨 짓을 해도 귀엽고 온갖 실수를 해도 사랑스러웠다. 그저 몸집만 조금 더 커졌을 뿐이지 지금도 여전히 그 시절의 사랑스러운 내 아이일 뿐이다. 그렇게 오늘도 생각의 전환을 통해서 조금 더 사랑스럽게 내 아이를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이 안에 리틀 J가 있었다. 어느새 너무도 많이 나를 닮아버린 내 아들을 보면 가끔 참 무섭기도 하고 짠하기도 한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곤 한다. 나 자신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일까. 누굴 탓하리오.결국엔 내 모습인것을.
아이를 봐서라도 정말 사람답게 살아야지 다짐하곤 하는데 인격 수양이 부족한 엄마는 오늘도 급기야 여러 번 철없는 행동들을 들키고 말았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야 한다는데 나는 분명히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뀌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늘 실수와 후회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신랑에게도 잘 보이려고 노력 좀 할까 하다가 쉽게 변하지 않는 나 자신을 깨닫고, 급기야 어느 날부턴 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날 사랑해 줘' 배 째라 정신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 신랑도 그냥 포기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
어느 날, 아이는 나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 아이에게 나는 어떤 엄마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아들, 엄마는 어떤 엄마 같아?"
"엄마는 괴짜지!"
순간 신랑이 깔깔대며 웃어대기 시작했다. 마치 본인도 같은 심정이라는 듯이 아파트가 떠나가라 폭소하는 바람에 급기야 입을 틀어막아댔다.
" 엄마가 왜 괴짜야?"
" 가끔 엉뚱한 걸 엄청 잘 해내서 신기해. 닭다리 뽑기도 잘하고, 책도 뚝딱 잘 쓰고, 엄마는 진짜 신기하게 엉뚱한 것들을 참 잘해"
그렇다. 아들 눈에 나는 그렇게 괴짜엄마였다. 현명한 엄마도 아닌... 요리 잘하는 엄마도 아닌... 괴짜라니....
정말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할 길이 없네.
너무 빛나지 않아도 괜찮다.
너는 네 존재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제 역할을 다했다
너로 인해 사랑을 알았고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깨닫게 되었으니
그저 그 자리에
그렇게 사랑으로 남아있자
너는 단지 그것으로 충분하다
빛나려고 애쓸수록
빛 바래지는 네 순수함에
오늘도 나는 마음이 아프다
- J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