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몰래 사 먹던 과자로 인해 내 몸은 항상 고혈당을 유지했다. 엄마에게 혼나기 싫었다. 내가 고혈당이란 사실을 엄마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당을 떨어뜨리려고 미친 듯이 춤을 췄다(초등학교 시절, 가수가 꿈이었던 친구 영향으로 댄스가 취미가 되었다). 아무리 운동해도 당이 떨어지지 않았다. 엄마가 잠시 집을 비우 셨을 때, 늘 엄마가 놔주던 인슐린 주사기를 냉장고에서 꺼내왔다. 주사기 침을 넣어 액을 빼낸 손이 덜덜 떨린다. 겁이 덜컹 났지만, 더 운동해도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혈당, 고혈당으로 인한 피곤함과 갈증, 엄마의 야단 등의 상황이 머리에 스치면서 덜덜 떨리는 손을 겨우 진정시키고 허벅지 다리에 내 스스로 침을 찔러 넣었다. 생각보다 아프지도 않았고, 별 것 아니었다.
‘아, 이제 혼자 주사 맞을 수 있겠다.’
그렇게 나는 혼자 주사를 맞을 수 있게 되었다. 내 나이,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다.
중학생이 된 나는 엄마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기 시작하면서, 간식을 먹는 횟수가 늘어났다. 행동이 과감해진 나는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집에 대놓고 과자를 사 오기 시작했다. 그 과자를 동생과 야무지게 나눠 먹었다. 그 과자봉지가 집 안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다 먹고 빈 봉지를 창문 밖에 다가 버렸다.(당시 우리 집은 주택 2층, 1층은 집주인 할머니가 거주하고 계셨다)
그렇게 나의 고혈당은 나를 떠나지 않고 계속 내 곁을 머물렀다. 고혈당이 지속되니 밀려오는 피곤함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 하교하고 돌아온 후, 늦은 밤 엄마가 들어올 때까지 늘어져서 잠을 잤다.
참 신기한 일이다.
우리 엄마는 어려서부터 나의 자는 모습만 봐도 내가 어떤 상태인지 귀신같이 알아맞히셨다. 나의 자는 모습을 본 엄마가 고혈당이라는 확신과 함께 혈당 검사기를 가져오셨다. 잠결에 눈을 감고 있지만 엄마가 하는 소리, 혈당 검사기를 가져오는 소리가 다 들렸다. 늘어져라 자고 있는 나의 손 끝에 알코올 솜이 닦여진다.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 마라고 소리치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고혈당으로 인해 말할 힘 조차 없었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스트레스를 억누르고, 덜컹하고 나오며 내 손 끝을 찌르는 침의 고통을 참았다. 여지없이 고혈당이다. 고혈당이라는 걸 눈으로 확인한 엄마는 나를 깨운다.
“일어나. 정신 차려. 일어나”
밖은 추운 겨울(당시 중1 겨울), 일어나 말할 힘도 없는 나를 일으켜 패딩을 입히셨다.
“나가서 운동하고 와!”
엄청 단호한 말투다. 엄마는 한 번 마음먹으면 하고야 마시는 성품을 지니셨다. 엄마가 내린 이 지시는 내가 거부할 순 없었다. 몸이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힘이 들었지만 겨우 몸을 일으켜 집 앞 골목으로 향했다. 그때 시간이 내 기억으론 밤 11시쯤? 서러움에 북받쳐 눈물이 났다. 운동하고 들어가면 얼마나 떨어졌는지 또 검사를 할 게 뻔해 운동을 안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서러움에 받친 눈물을 흘리며 미친 듯이 골목을 뛰어다녔다.
이런 일이 반복되었다.
엄마가 자고 있는 나의 손 끝을 알코올로 닦을 때마다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늘 반항할 힘도 없게 만들었다. 그 고혈당이란 놈이.
이런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이런 고통을 계속 지니고 살 수 없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참아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싫었다. 엄마의 지갑에서 만 원짜리가 보인다. 과감하게 내 손은 만 원짜리로 향했다. 중학생에게 당시 만원은 천만 원 같은 느낌이었다. 가슴이 미친 듯이 콩닥콩닥 뛰었다. 손에 쥔 만 원짜리 지폐를 지갑 안으로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다가 콩닥거리는 마음을 멀리하고 얼른 내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나의 주머니로 들어간 만 원은 학교에서 나나콘을 사 먹는 것뿐만 아니라, 엄마가 당이 높아 밖에 운동을 내 보낼 때에도 요긴하게 쓰였다.
운동하러 갔다 오라는 엄마 말에 골목을 나오자마자 나는 집 아래쪽에 있는 큰 마트로 향했다. 검은 봉지 하나 가득 찰 정도로 초콜릿, 과자, 음료수 등을 담아 나왔다.
엄마가 지나가다가도 보지 못할 다른 골목 막다른 곳에 자리 잡고 앉아 그 앉은자리에서 그 큰 까만 봉지 안에 있는 간식거리를 배에 모조리 채워 넣었다.
흔적을 남길까 입을 얼른 닦아내고 쓰레기를 처리한 후 우리 집이 있는 골목 입구에 들어섰다. 심호흡을 한 번 크게 내쉰 후, 미친 속도로 뛰었다.
그렇게 30초? 1분? 을 뛰었을까.
2층까지 헐레벌떡 집으로 들어갔다. 숨이 미친 듯이 헐떡였다. 그대로 거실에 헐떡이는 숨과 함께 퍼져 누웠다. 엄마는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고 왔다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잘 속였다. 나의 연기는 완벽했다.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엄마의 지갑에서 만 원을 꺼내는 일도. 운동을 핑계 삼아 한가득 간식을 사 먹고 오는 일도 이제는 식은 죽 먹기가 되었다.
시간이 지난 후, 집 뒤 편에 과자봉지가 한가득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한 1층 집주인 할머니가 엄마한테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수상함을 느낀 엄마가 지갑을 숨기기 시작했다. 아무리 찾아도 엄마 지갑의 행방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나의 돈쭐이 막혀 버린 것이다. 초조했다. 또다시 먹고 싶은 걸 못 먹고 참아야 되는 현실이 너무나도 견디기 힘들었다.
고혈당으로 잠에 널 부려져 있는 나를 엄마가 또 깨운다. 운동하고 오라신다. 그때 시간이 밤 12시쯤 되었을까. 집 앞 골목을 뛰었다. 이런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하고 불쌍해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나는 왜 이런 인생을 살아야 하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지? 내가 무슨 죄가 많길래 이런 고통을 받아야 되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과거를 곱씹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