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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재 이진주 Sep 19. 2024

인생이란 또 다른 곳으로 걷고 또 걷는 것

마음이라도 즐겁게 살자

“여보 어디 갔다가 이제 왔어요?” 나는 한참 동안 만에 집에 돌아온 아내에게 물었다.

“예, 시니어클럽에서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보자는 친구와 ○○시니어 클럽에 참여자 모집공고문

을 가지러 갔다 왔어요.” 하면서 대뜸 나에게도 한번 참여해 보라고 가져온 공고문을 내밀었다.

나는 공기업에서 23년을 권역책임자로 근무하고 정년퇴직을 하여 4년째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끔씩 평소에 하고 싶었던 캘리그래피나 그림 그리기 등 취미생활을 하면서 손주들과 놀아 주기도 하고

틈틈이 군산에 다니며 홀로 생활하고 계시는 노모를 보살피는 일을 하며 지내게 되었다.

나는 정년퇴직을 하면 그동안의 직장생활에서의 패턴이 단절된다는 것쯤은 짐작하고 있었다. 

다만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소망은 가지고 있었다. 퇴직 후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

면서 약간의 당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재취업을 위해 도움이 될 것 같은 자격증을 취득하고 당당하게 

인생의 후반전을 장식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었다. 나름 퇴직 이후의 생활에 대한 준비도 해두었다.

그래도 시간이 날 때마다 재취업의 문을 두드리기 위한 “요양보호사, 학교안전지킴이, 커피바리스타, 

캘리그래피 강사, 문학심리상담사 등” 여러 가지 자격증을 취득하고 강사교육도 수료하였으며 

나름대로 준비를 꼼꼼하게 했으니 어떤 일이든 일자리만 찾으면 되겠다 싶었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 이틀, 모집공고도 알아보고 고용노동부에서 상담도 해보고 워크넷 구인광고도 살펴보았다.

가능한 곳이 있으면 전화문의를 해 보기도 하고 서류제출도 해 보았지만 결과는 감감무소식이었다.

나는 노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고 나의 직장경험과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마음에 드는 재취업 일터를 충분히 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그렇게 기대감을 갖고 기다리던 중 우연하게 외국인 유학생들을 상대로 한국어 강의를 하기도 했다. 

서예와 캘리그래피를 작품 하여 개인전시회도 하게 되면서 새로운 생활에 동화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내가 찾고자 하는 소득이 생기는 재취업은 요원한 일이 되어버렸다. 

아무도 60세가 넘은 나를 오라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받아주는 곳이 없는 현실이었다.

점점 위축된 마음에 밖으로 나가는 시간이 줄어들고 사람을 만나는 일조차 꺼리게 되어 약간의 

우울함에 젖어 있기도 했다. 때론 집안에서 TV를 켜놓고 소파에 몸을 기대어 하루 시간을 보내곤 했다.

사회가 나를 외면한다고 생각까지 하며 갈 곳이 없는 나는 점점 초조하고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제는 무슨 일이든지 해야 한다는 간절하고 절박함을 느끼게 했다. 

막상 퇴직을 하고 사회에 나와보니 그동안 직장생활에서 겪었던 화려함과 존중은 사라지고 모든 부분

에서 낯선 사회 초년생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제는 모든 과거의 영광을 다 지우고 분에 넘치는 감정은 내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공허함이 

밀려왔다.

그러던 중 아내가 건네어 준 노인사회활동지원사업(사회서비스형) 참여자 모집공고를 보고 마음이 끌리게 

되었다. 꼼꼼하게 살펴보다가 근무조건에 시간은 3시간이며 급여도 마음에 들었다. 

내가 참여할 수 있는 사업내용이 무엇일까 자세히 읽어 보았다. 그중에서 마음을 이끄는 사업은 

“공공행정업무지원”과 “초록등보 안관”이었다.

나는 직장생활을 할 때 주로 고객민원 관련 업무와 인사, 기획업무를 해 왔기에 고객을 응대한다든지 

컴퓨터활용능력은 경력을 이어서 일할 수 있겠다 싶었다. 직원교육이나 강의 경험도 있고 수요처에서 

필요로 한다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리고 퇴직 후 재취업을 한다면 학교안전 관련 일을 하고 싶어서 “학교안전지도사”자격증도 취득해 놓은 

터였다. 하지만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은 순조롭지가 못했기에 시니어 일자리는 충분히 매력이 있고 

그 일을 해 보면 긍정의 활력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 한번 도전해 보자.” “뽑아만 준다면 어떤 일이라도 나는 다른 사람보다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혼잣말을 했다.

처음으로 알게 된 노인일자리 사업에 점점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시니어클럽에 

방문하여 참여신청서를 작성하여 접수하게 되었다. 

참여사업으로는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공공행정업무지원”으로 결정하였다.

참여자 신청서를 작성하여 접수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상상 이외였다. 접수를 하면서도 

혹시 모집정원이 초과되어 탈락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도 생겼다.

나보다 나이 드신 분들도 많았고 내 또래 되어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여성분들이 많이 오셨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노인일자리 참여자로 몰리다니 나는 깜짝 놀랄 정도였다. 사실 참여자가 모집

정원을 훨씬 초과하여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고 했다.

면접일이 다가왔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장에 나가서 면접을 보았다. 5명씩 면접과정을 거쳤다.

선발기준은 의사소통역량, 신체활동능력, 사무역량, 적극성, 친절, 대인관계역량 등이 면접 시 적용한다고

했다. 나는 이러한 항목에서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직장생활 때는 내가 면접관이 되어 신입사원 면접을 담당하기도 했었기에 담담해 보려 했지만 피 면접인

이 되어보니 긴장되고 떨리기도 했다.

면접관의 질문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런대로 답변은 막히지 않고 하게 되었다.

합격자 발표일이 다가왔다. 참여자가 워낙 많아서 혹시나 탈락하지 않았을까 내심 노심초사하였다.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축하합니다. 선생님께서 지원하신 공공행정업무지원 사업에 배정되었습니다.”

근무하실 곳은 “전라슬로푸드교육관”이며 이곳에서 하실 일은 교육생들을 돕고 교육과정을 지원하는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꼭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친절하게 시니어클럽담당자께서 말씀해 

주셨다. ”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라고 전화를 끊었다. 이 얼마만인가. 합격했다는 통보를 

접하니 감격스럽고 행복하였다. 

나는 아내에게 ”나 합격했어! “라고 자랑을 했다. 내가 시니어가 되어 새로운 세상에 첫출발을 하는 

설레는 역사적인 사건이 되었다.

합격통보를 받고 나는 사회활동지원사업으로 시행하는 노인일자리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게 되었다.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은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위한 다양한 분야의 지원사업이었다.

노인들의 자기만족과 성취감을 향상으로 지역사회의 공익증진을 위한 활동이라고 했다.

그동안의 경력과 활동역량을 십분 활용하여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영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했다.

정년퇴직을 하고 사회에서 경력이 단절되고 소외받고 외면당하는 노인들에게 사회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일자리에 참여하게 하므로 사회구성원의 일원이라는 자존감을 세워주고 성취감을 갖게 

하여 보다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게 해 주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인생의 후반전, 제2의 인생을 새롭게 다시 시작해 보는 마음가짐과 간절함에서 얻은 일자리에 대한

고마움을 어떻게 실현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새로운 삶에서는 나를 믿어주고 사용해 준 전주시니어

클럽에 신뢰를 쌓고 성실하게 일자리에 임하는 것이라 다짐하게 되었다.

시니어 일자리가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했고 활력을 선물해 주는 사업임은 물론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보람된 일자리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었다.     

나는 <** 슬로푸드교육관>에 배치되어 부푼 기대를 안고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관장님과 직원분들이 고마웠다. 이런 기분은 내게 최고의 행복이었다.

먼저 나를 소개하고 전라슬로푸드교육관의 소개와 해야 할 일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이곳은 발효음식의 역사와 이해 및 기본적인 한국의 가양주 빚기 교육과 우리 술 미각체험을 하는 

교육관이라고 했다. 

난 이곳에서 10개월 동안 일하면서 전통술에 대한 교육에 관심을 가져볼 요량이다. 

우리나라 전통술의 역사는 1909년 이후 115년이 지났다고 했다. 

우리 술은 수십 종의 누룩과 밥을 지을 수 있는 쌀, 보리, 수수, 조, 기장 등을 이용하여 빚는 발효주

라고 했다. 요즘에는 주정을 이용한 화학식 소주가 우리의 술로 둔갑하고 있어 아쉽다고 했다.

술의 종류는 고식문헌에 528가지이나 구전으로 전하는 것까지 수천 가지도 넘는 우리 술의 비결과 맛과 

향기는 어디에 내어 놓아도 최고라고 했다.

하루 이틀 이어 출근을 하면서 향긋하면서 맛깔스러운 발효 냄새에 은근히 몸이 이끌리기도 했다. 

누룩의 종류와 발효과정에 대해 알아가게 되면서 묘한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아직은 우리 술학교 교육생

을 모집하는 기간이라 간간이 전통술을 담그러 오는 교육생들의 체험과정을 돕고 함께 하면서 술맛을 

보기도 하고 맛에 대한 평가도 해주게 되었다.

또 교육관의 수많은 기구들을 정리 정돈하기도 하고 주변 청결을 유지하는 일도 중요했다.

하나씩 알아가고 운영되는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니 술 교육관에서 하는 일은 재미도 있었다.

누룩을 종류별로 구분하여 빻기도 하고 술밥을 찌는 과정과 살수하는 법, 술밥의 열기를 식히는 일, 

누룩을 섞고 치대는 일은 힘든 과정이기도 했다. 그리고 항아리에 담그는 일을 옆에서 돕기도 한다.

술을 항아리에 담으면 우선 발효실에서 1~2일 정도 발효한 다음 저온 숙성실로 이동하여 100일을 

숙성하게 된다. 전통술을 걸러 병에 담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맑은술을 음용하게 된다고 했다.

술독을 저온숙성실로 옮기는 일과 내어 오는 일도 도와야 했다. 이런 과정에서 전통술 담그는 전 과정을 숙지하고 교육생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일을 하기도 했다.

술은 누룩의 종류에 따라 향미가 다른 술을 만들어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술밥의 종류에 따라 술의 이름이 달라지고 살수량도 달라진다고 가르쳐 주었다..

쉬운 것 같지만 술의 종류에 따라 제조하는 과정이 다양해서 반드시 기초학습이 필요하게 느껴졌다.

가끔씩 교육관 관장님의 술의 역사와 전통, 술과 우리 인류의 인과관계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일에 흥미를 더해갔다. 인간 세상의 흥망성쇠와 밀접한 관계를 이어왔던 술의 문화는 많은 깨우침도 주었다.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은 단순한 이해가 아니라 선조들의 삶의 지혜와 현명함을 알게 해 주기도 했다.

교육관이 정비되고 새로운 교육생들이 본격적으로 오게 되면 바쁘게 움직여야 할 판이다.

누룩 심화과정과 전통주 바리스타 교육이 성황리에 진행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계승해 감도 큰 보람이라 생각한다.

늘 다정하고 배려가 많으시는 관장님의 전통술에 관한 강의는 매우 인상이 깊었다.

무궁무진한 전통술의 세계와 각국의 술에 대한 역사와 에페소드도 들려주었다. 

나는 이곳 <**슬로푸드교육관>에서 일하게 된 것을 무엇보다 감사하게 생각하며 보람도 느낀다.     

나는 노인이라고 차별받지 않고 당당하게 사회활동에 참여하게 됨으로 만족함을 느끼게 되었다.

”나이가 많아서 노인이 아니라 열정이 없어서 노인“이라는 말이 있다.

세상에는 어떤 일이든지 의미 없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어떤 일이든지 소중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며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온 세상이 초록으로 물들고 붉은 꽃이 화사한 생동하는 신록의 계절에 나는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나에게 사회참여형 노인일자리를 제공해 주셔서 특별한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어 또 다른 꿈도 꿀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과정에서 언제나 친절하게 응대해 주시고 진정으로 다가와 주시는 **시니어클럽 관장님과 담당 팀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인생이란 걷는 것이라고 했다. 목적지에 이르렀다고 해도 또 다른 곳을 향해 걷고 또 걷는 것이다.

난 오늘도 우리 가족의 행복과 5명의 손자들을 위해 보람찬 일터로 열정을 안고 출근길에 있다.

정해진 기간 동안 안전하고 재미있게 일하고 배우는 초심을 잃지 않는 인정받는 참여자가 될 것이다.

이제는 누가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좋다.

이렇게 눈부신 햇살을 맞으며 일터로 향하는 나는 최고의 즐거움에 살아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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