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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코미디다

존재의 가벼움

by 유진 박성민

어려울 때 함께 해준 사람들

조용히 응원한 사람

조심스럽게 용돈 준 사람

쑥스럽게 생활비 보태 준 사람

월급 안나올테니 큰 돈을 빌려준다고 한 사람

성명서와 기사 내주고 함께 싸워주고 구명해준 사람들


어려울 때 힘을 잃게 한 사람들

한가하게 번역서 쓰면서 시간을 보내라고 한 사람

의견을 제시했더니 그러니 해임을 당하지라고 말하는 사람

구명을 위한 단체의 요구에도 성명서를 낼 수 없다고 거절한 사람

자신을 후임으로 선택한 선임교수들이 못돌아 올거라고 학생들에게 전한 사람

절대 복직 못할 것이라고 면전에서 장담 해놓고 그 후 자기 자식 청탁 전화를 하고 받은 사람들


그들은 가깝거나 적당히 거리가 있는 동료와 지인들이다.


원로 교수님께서 하신 조언 중 기억에 남는 내용은

총장이 되려면 논문을 쓰지 않아야 된다.

학회의 학회장, 임원으로 분주한 것은 부질 없다.

옳고 그름을 떠나 시간이 갈수록 귓가에 맴돈다.

대학에서 무엇이 되고 싶으면 논문을 쓰지 말라는 농담에 쓴 웃음이 나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언젠가는 다 알게 된다.

그 존재의 가벼움을.

인간의 생존 방식이었음을.

다행히 시간이 약이라 위로를 준 사람도, 아픔을 준 사람도 모두 이해가 된다.

인생은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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