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태어나기를 결정한 것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둘째 아들이 내게 던진 질문을 통해서,
우리가 어렵게 생각하는 자기결정이 얼마나 쉬운 예인가를 공유하고자 한다.
큰아들: 엄마 동생도 나중에 나처럼 00초등학교 다녀요?
엄마: 글쎄 그때 되어 봐야 알것같은데. 모르겠네.
듣고 있던 둘째: 내가 다닐건데 내가 결정해야지
엄마: 응? 네가 다닐 학교는 네가 결정해야 된다고?
둘째: 당연하지. 내가 다닐거니까 내가 결정해야지.
ㅠㅠ우리 둘째 아들은 역시 심오하다.
2009. 12월 어느날 - 아이들이라도 자기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자녀가 어릴 때 생활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예는?
전형적 발달을 보이는 아이들의 두드러진 자기 결정의 예를 보면, 20-24개월 즈음에 잠바의 지퍼받침도 잘 못올리면서, 지퍼를 자기가 올리려고 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지퍼받침을 잘 못올릴 것 같아서 도와준다고 해도 "내가", "내가"하며 고집을 피운다. 어른들이 흔히 '고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자기결정이다.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때 비로소 유아들은 자신감을 얻게 되고, 어떤 일이든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갖게된다.
장애유아도 잘 살펴보면, 자기 결정을 스스로 한다. 어쩜 교사가 고집으로 분류하고 있을런지 모른다. 간식을 안 먹겠다고 할 때 자기결정을 지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안 먹어요" 또는 "안 먹을래요"라고 말하 수 있으면, 음식의 기호여부에 따라 주지 않는 것이 자기결정력을 높일 수 있다. 다만, 먹어보지도 않고 거부하는 것으로 판단되어 편식지도시 새로운 음식을 소개하는 단계라면,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자녀에게 자기결정력을 키워주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활동 이전에 "네가 할래?", "도와 줄까?"
신발이 잘 안 벗겨지거나, 잘 안 신겨질 때 사용할 수 있다.
24개월 영아시기부터 신발도 "내가, 내가 "하고 바꾸어 신고, 가방도 거꾸로, 옷도 뒤집어 입는 것은 자연발달의 과정이다. 신발의 오른쪽 왼쪽을 바꾸어 신고 다녀봐야 불편한 줄 알고, 가방을 거꾸로 매고 다녀 보면 불편한 걸 알고 스스로 고쳐 매게 된다. 옷도 뒤집어 입었을 때 친구가 "너 뒤집어 입은 거 아니냐"고 물어볼 때 알아차리고 추후 안과 밖, 앞과 뒤를 잘 챙겨 보며 바로 입게 된다 .
표현이 어려운 유아(장애, 발달 지연 등)일 경우 "내가 " 또는 "도와"라고만 말해도 어른은 응답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둘째, 활동 중에 "무엇을 할래?" 또는 "네가 골라 봐"
색연필이나 크레파스, 물감 등을 고르는 조형활동 시간에 어떤 색을 하고 싶은지 묻고, 스스로 고르게 한다.
이전 브런치 글에서 제시했듯, 얼굴이든 머리카락이든 색깔은 아이들이 칠하고 싶은 색을 고르게 한다.
셋째, 일부러 힘든 과제를 주고 도움을 청하게 하거나 거절하게 한다. 이것을 우연교수라고 한다.
우연을 가장한 표현력 증진 방법이다. "도와주세요" 또는 "하기 싫어요"도 선택이 된다.
쟁반에 그릇 담아 운반하기, 쟁반에 유리병 담아 이동하기, 물이 든 양동이 옮기기 게임을 하면서 자발적으로 도움 또는 거절을 표현하게 할 수 있다.
넷째, 자유롭게 놀이나 활동을 스스로 선택하게 한다.
놀이를 할 줄 모르는 유아에게 선택할 능력이 생길 때까지 각 영역을 정거장(station)처럼 돌게 할 수도 있지만 선호하는 영역에서 놀이감을 탐색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한다. 대부분의 유아는 선호하는 놀이와 영역이 있다.
다섯째, 놀이감을 선택하게 한다.
놀이를 지도해야 한다는 이유로 놀이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놀이감을 제공할 수 있지만, 스스로 놀이감을 선택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고 기다려야 한다. 선택한 놀이감을 탐색의 단계로 끝나지 않도록, 유의미한 놀이가 되도록 환경을 조성해주고, 놀이를 촉진해 주는 것이 교사/부모의 역할이다.
친구 중에는 안경을 자신만의 특화된 패션으로 생각하여 남대문시장에서 여러 디자인의 안경을 저렴하게
구입하여 의상에 따라 맞추어 끼는 친구가 있다.
유아기에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입고 갈 옷을 스스로 고르는 아이가 있다.
부모들은 흔히, 내 아이는 까다롭다거나 별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것은 자연스러운 자기결정의 발달과정이다.
내가 입고 싶은 색상과 형태의 옷을 고르고, 나름대로 어울리게 입는 미적 감각을 길러나가는 과정이다.
스스로 옷을 골라 입게 하는 경험 없이, 성인이 되어서 의상을 어울리게 입는 능력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패션 감각을 꼭 길러야 하는 것은 아닐 수 있지만 형성되어 있지 않은 패션 감각과 습관은
나를 표현하는 방식의 부재 또는 소홀함을 낳게 된다.
이런 저런 유치한 옷차림의 시행착오를 통해
나름대로의 감각을 가지고 조화롭게 나를 표현하는 방법을 감지하고 터득하는 것이다.
남자 아이가 옷에 신경 써서 별스럽다거나, 여자 아이라서 옷에 신경 쓴다고 생각하는 것도 편견일 수 있다.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표현방식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이미 그 아이는 자기결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정을 점검함으로써 부조화를 깨닫게 되면, 자신의 결정에 대한 후회와 앞으로의 더 나은 선택을 이끌 수 있다.
유아가 옷을 스스로 고르는 행동은 발달 과정 중에 소중한 선택의 기회가 된다.
아이들 스스로 입을 옷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줌으로써 일상의 소중한 자기결정의 기회를 제공하자.
나는 어떤 부모인가? 새삼 돌아보게 되는 대목이다.
아기는 출생을 선택한 것이고, 아이들의 자기결정 연습은 태어나면서 부터 시작된다.
교사/부모는 스케쥴을 관리하는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지 말고, 일상생활에서 아이에게 자기결정의 기회를
'아주 우연히 일부러'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자녀는 부모에게서 독립한다.
선택은 궁극적으로 동기화된 자율성을 증진시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