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에 대한 관심의 시작은 SNS의 댓글부터였던 것 같다. 수년 전 한 고등학교 친구가 나의 댓글이 남다르다고 지적을 해주었다. 어휘 사용을 잘한다는 것이었다. 영어선생인 탓에 우리말에 특별히 관심이 없던 내게 그 칭찬은 아주 새로운 자극이었다. 아마도 그 작은 자극이 글쓰기에 대한 최초의 날줄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2018년쯤 과 후배가 온라인 신문을 시작하였다. 그녀는 신문에 실을6 독후감을 써달라고 했다. 글은 일기조차도 쓰지 않던 내게 뜬금없는 부탁이었으나 무명의 사이트를 운영하는 후배의 어려움을 생각해서 읽고 있는 책부터 독후감을 써보기로 했다. 그렇게 서너 편째 내 글이 온라인에 게재됬을 때 학생시절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고 학보사 기자도 하던 친구가 나의 글쓰기가 점점 나아지는 것이 보인다고 격려를 했다.
그런데 글쓰기의 씨줄은 바로 브런치를 시작한 것이다. (브런치에 입성할 때 온라인에 게재된 독후감이 도움이 되었다.) 강의하고 밥을 해 먹는 것만 해도 힘들어 하던 나는 브런치는 은퇴 후에나 할 수 있는 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역시나 앞뒤분간 못하고 저지르는 성미 때문에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놀라운 사실은 글을 쓴다는 것은 우물에서 물을 긷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우물이 존재하나 두레박을 내려보내지 않으면 물을 얻을 수 없다. 그러나 두레박을 내리면 어쨌든 두레박에 물이 채워진다. 사실 퍼도 퍼도 물이 나올 것같은 느낌을 받는다. 관건은 물을 푸겠다는 의지라는 것이다.
영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 영문학도 아니고 영어만 가르쳐 온 나의 경력은 글쓰기가 서툰것에 대한 좋은 구실이다. 서툴지만 물을 길어 지나가는 나그네에게도 물을 나눠주고 싶은 마음으로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 그런데 아직은 나누는 기쁨보다는 물을 긷는 기쁨이 크다. 글을 쓰기 위해 평소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글을 써야겠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사니까 문득문득 글감이 떠오르고, 신기한 것은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시작하면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 생각들이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아주 즐거운 경험이다.
또 좋은 것은 글을 꾸준히 쓰다 보니 전에 내가 썼던 글들이 얼마나 조잡했는지 알아보는 안목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래서 브런치 초창기 글들을 대폭 발행취소를 하거나 수정해서 다시 올린 것도 있다.) 꾸준한데 장사 없다는 말이 있다. 느리지만 계속 성장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쁨이 되는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