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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을 했더니

by 라이프 위버 Mar 18. 2025


한 학생이 있었다. 학기 초에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어서 나이가 서른 가까운 복학생이고 요식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거의 매시간 수업 중에 밖에 나갔다가 한참만에 돌아오는 것이었다. 한 번은 나가려는 순간 질문을 했더니 화장실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치고는 자리를 뜨는 시간이 길었고 매시간 화장실 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 학생이 수업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영어를 아주 잘해서 수업에 건성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교양영어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 중에는 영어를 아주 잘하는 학생들이 있다.) 나이가 많고 이미 사회인이라는 정보가 그러한 오해를 부추기기도 했을 것이다.


결국 직접 이야기를 해보기 위해 수업 후에 남으라고 했으나 남지도 않았다. 나는 이 상황을 계속해서 부정적으로 해석했고 급기야는 그 학생을 보면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복도에서 앞 반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날 그 학생과 맞닥뜨렸다. 그래서 솔직하게 질문을 했다. 수업에서 별로 배울 게 없느냐는 맥락으로.


그랬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본인이 담배를 많이 피우는데 자주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금단현상이 생겨서 수업 중에 나간다고 말했다. 그래서 수업 전에 피우든지 하고 1시간 15분 동안은 참으면 안 되느냐고 했더니 그렇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 이후 정말 그 학생은 강의실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심지어 조별토론 시간에 LMS(학습관리시스템) 상에 댓글도 다는 성의 있는 모습을 보였다.


내가 감정이 상하기 전에 그 학생과 대화를 시도했어야 했다. 남으라고 해서 남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전화를 할 수도 있었다. 남으라고 한 날 그 학생도 깜박했을 수도 있으니까.(요즘 학생들 잘 깜박거린다.) 그러니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좀 더 적극적이었어야 했다.


이렇게 오해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을 최근에 한 번 더 실감했다. 기말시험 때였다. 앞 분반과 뒷 분반 시험을 이어서 보기 위하여 뒷 분반 학생들의 시험을 평소 수업시간보다 10분 일찍 시작했다. 그런데 한 외국인 학생이 5분 정도 늦게 들어왔다. 두 분반을 통합해서 성적을 내기 위하여 같은 시험문제를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늦게 입장한 그 학생이 신경이 쓰였다. 같은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앞 반에 여럿 있어서다. 


시험이 끝나고 그 학생에게 물었다. 10분 일찍 오는 것을 몰랐는지. 그 학생 왈 알고 있었는데 본인이 인턴으로 취업을 해서 일을 끝내고 오느라고 조금 늦었다고 했다. 듣고 보니 최근에 계속 결석했것이 기억이 났다.


그 학생에게 질문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계속 그 학생을 오해하느라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부정적 감정을 누르고 그 학생에게 말을 건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학생을 위해서도 그렇다. 그 학생이 강의실에 늦게 들어오자 왜 지각을 했냐고 물을 때 나의 표정과 어투는 학생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오해들을 한다. 오해 때문에 상대와 멀어지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고 나의 우처럼 혼자 속상해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손해다. 솔직하게 대화를 해서 오해를 푸는 것이 백번 천이득이다. 


영어권 사람들이 좋아하는 말 중에 "두 번째 기회"(a second chance)가 있다. 누군가 우리의 기분을 하게 하면 상대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준다는 마음으로 말을 걸어 보자! 솔.직.한. 대화는 굉장한 해결책이니까.



(작년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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