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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매력이 보이는 순간

by 라이프 위버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인, 20년도 더 된 어느 추석 명절 때였다. 며느리 중의 한 명인 나는 큰 형님 댁에서 명절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그때 어머니는 열린 안방의 창문 너머로 우리를 바라보며 활짝 웃고 계셨다. (근처에 있는 누군가에게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계셨을 것 같다.) 순간 미인이라 할 수 없는 어머니가 아주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엄하시고 냉소적인 어머니의 모습은 사라지고 순수하고 밝은 모습만 보였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나는 어머니를 인간적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세파에 시달려도” 수그러들지 않는 내면의 빛으로 매력을 발산한 사람이 또 있다. 만나면 자신의 이야기는 잘하지 않고 잔잔한 미소를 띠며 주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동료 샘이다. 그분은 참으로 겸손하지만 내게는 “재미없는” 사람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를 포함해서 “말 잘하는” 샘 셋과 그 샘이 함께 학교 뒷산으로 산책을 갔다. 그곳에서 그 샘은 뜻밖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학교 뒤에 이렇게 훌륭한 자연이 있다는 사실을 재직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몰랐다는 등 정말 좋은 곳이라는 등 뒷산에 대한 감탄을 연발했다. 비로소 살짝 열린 마음의 문틈으로 고운 색깔의 빛이 새어 나오는 것 같았다. 자연에 동화된 순간의 그는 절대 재미없지 않았다.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으나 어느 순간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는 세 번째 사람은 나의 이웃이다. 지금 삼 년째 살고 있는 아파트 바로 옆집에 사는 분이다. 우리는 오며 가며 그저 목례 정도 하고 지냈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남편이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그로부터 꿀로 코팅한 팝콘을 받아 왔다. 팝콘을 받았때는 남편이 충분히 감사 인사를 했겠지 생각하고 그냥 지나갔다. 그런데 며칠 전 집에 돌아오니 그분이 주셨다는 파프리카 한 묶음이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이번에는 직접 인사를 해야겠다 싶어서 그 댁을 방문했다.


여름철이라서 방충망을 하고 현관문은 열려있었는데 현관문 안쪽 면에 예쁜 풍경이 두 개나 달려 있었다. 그 풍경들을 보는 순간, 그분은 내게 노바디(nobody)에서 썸바디(somebody)가 되었다. 자신만의 취향이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그들은 몰랐을 것이다. 그들의 매력이 내게 기쁨을 주었다는 사실을.



(2년 전쯤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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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