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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덕션과 나의 밀 옵션

시를 쓰는 기쁨

by 라이프 위버


어제는 혼자 집에 있었습니다. 학생들 중간시험 본 것을 채점하다 보니 그 일만 계속하고 싶지 밥을 차려먹는 것이 아주 귀찮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가 냉동실에 있는 군만두가 생각났습니다. 물이 끓어 김이 나면 만두를 솥에 넣으라지만 번거로우니 처음부터 찜솥에 만두를 넣었어요. 더 먹을 수 있지만 남은 만두가 다섯 개였어요.


인덕션의 불을 끄고 만두를 접시로 옮기고 나니 갑자기 지금 찜솥에 얼은 팥시루떡을 넣으면 전자레인지로 녹이는 것보다 촉촉하게 그러나 물러지지 않은 상태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났어요. 전에 냉장고에서 오래 묵어 딱딱해진 밥을 비슷한 방식으로 고슬고슬하게 만들어 먹었거든요.


만두와 떡을 손으로 들고 먹으며 답안지 한두 장이라도 더 채점을 하니 조급한 나를 만족시켜 주었습니다. 요즘 여기저기서 탄수화물을 먹기 전에 채소를 먹으라는 이야기를 하던데 급한 성격 때문에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털고 일어나 양배추를 썰어서 땅콩잼에 맛간장을 약간 넣어 버무려 먹은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찐 군만두와 팥시루떡이라는 행복한 식단과 인덕션의 특징을 잘 이용했다는 기쁨이 시를 탄생시켰습니다. 시를 쓰는 순간만큼은 아무런 걱정도 불안도 없는 순수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시를 쓰는 일이 나의 조급함을 다스리는 활동이 되면 좋겠습니다. 읽는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결과물이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될 거고요.




인덕션과 나의 밀 옵션

군만두 다섯 개, 팥떡 한 조각과 양배추 땅콩잼 버무리. 오늘 나의 점심. 기다란 군만두를 찜솥에서 익힌 후 얼은 떡을 찜솥에 넣었다. 인덕션은 끈 상태로. 찜솥에서 떡이 알맞게 말랑해졌다. 담백한 군만두나 팥시루떡은 모두 내가 좋아하는 음식. 두 가지를 한꺼번에 먹게 된 것은 인덕션 효과 때문. 만두를 찐 후 떡을 먹기 좋게 만드는 인덕션의 남은 열 덕분에 행복한 나의 밀(meal) 옵션이 탄생했다. 찐 군만두와 팥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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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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