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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낙 이상의 글쓰기

by 라이프 위버

사람들은 저마다 삶의 낙이 있다.(이거 없으면 큰일 난다. 우울증에 빠지거나 환상에 빠진다.) 나의 낙은 무엇일까? 먹는 것을 즐기자니 더 늘어날 체중이 걱정되고, 여행을 즐기자니 재력과 시간이 부족하고, 광대끼를 발산하고 놀자니 그동안 너무 다른 길을 걸었다.


그래서 요즘 내게 딱 어울리는 낙은 글을 쓰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 글을 쓰지만 내게 큰 기쁨이다. 내가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쓴 글을 탈고하면서 느끼는 뿌듯함 때문이다. (어디선가 읽었다. 인간이 가장 큰 기쁨을 느끼는 때는 창작을 할 때라고.)


그런데 창작을 하는 자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글귀를 만났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세계에 대해 경직된 사고의 틀을 적용하려 하면 도저히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세계에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가려면 자신이 대단히 중요한 존재라는 생각은 금물이며, 우리가 하는 일을 앞에 두고 우리 자신은 그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 스스로 뒤로 물러날 때에만 창조성이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그러려면 먼저 큰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 루리는 이렇게 썼다. "우리가 자신을 신뢰할 수 있게 되면, 더 이상 자신의 예술로써 무언가를 증명해야 한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의 예술이 그저 생겨나도록, 그리하여 있는 그대로 존재하도록 놓아둘 수 있다. 그런 경지에 도달하면 예술은 힘들이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일이 된다."('무엇이 삶을 예술로 만드는가', 188-189 쪽)


역시 같은 책에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나의 의미를 고민하게 하는 말도 있었다.


창조성이 단순히 주문을 처리하는 도구에 머물지 않으려면 민주주의와 생태적 책임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지속 가능성은 삶의 형식으로서 창조성이 의무로 삼아야 할 핵심적 이상이다.... 골먼의 정의에 따르면 창조성이란 모든 것을 우리가 처음 발견했을 때보다 조금은 더 나은 상태로 후세에 물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203 쪽)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작가였던 애니 그리피스가 말했다. 자신의 직업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끊임없이 영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직업을 통해서 항상 성장하고 배울 수 있다고. 글쓰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글쓰기에서는 갓 태어난 신생아다. 앞으로 무엇을 배워갈지 또 어떻게 성장할지 생각해 보면 하늘의 별이 될 때까지 늘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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