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에서 학원 시간표 짜기
5주간의 이별.
아흐레 간의 만남.
다시 비행과 반복.
본격적인 기러기 생활이 시작됐다.
일을 마치고 돌아간 둥지에는 늘 새로운 미션이 기다렸다.
이번에는 ‘사교육 시간표 짜기’이다.
아홉 살 집착남이 3학년 정규 수업을 따라가기엔 사교육의 도움이 절실했다.
’I can do it. (나는 할 수 있다)’ 정신으로 어찌어찌 국제학교는 합격했지만 이제는 실전이었다.
사실 국제학교는 영어가 부족한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보충 수업을 운영한다.
학교마다 수업료 정책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슈믹의 경우는 무료였다.
그러나 그 영어 보충수업 역시 영어로 진행하기 때문에 우리에겐 보충수업을 듣기 위한 또 다른 보충 사교육이 필요했다.
하교 후 아빠가 퇴근할 때까지 공부도 하고 육아 공백도 채우고.
이제는 기러기가 아니라 사교육의 정보를 휘어잡는 ‘돼지엄마’ 따라잡기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번에도 남편은 마법의 생존언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호옥시… 한국인이신가요?”
그리고 못 본 사이, 추가 기술을 획득했다.
“저도 초대 좀 부탁드립니다.”
호찌민 동포 9만여 명의 입맛을 사로잡는 ‘반찬 오픈채팅방’이 있는데 일명 ‘교육방’이 없겠는가.
호찌민의 국제학교에서도 한국인들의 교육열은 유명하다고 한다.
그는 한국인의 정을 통해 한 교육방에 초대됐다.
2025년 5월 기준 545명이 가입돼 있는 ‘안푸지역 교육정보방’이다.
영어는 물론 논술, 한국사, 영어, 수학, 예체능 등 각종 프랜차이즈 학원과 공부방, 개인교습까지.
그야말로 화개장터 저리 가라이다.
한국에 있을 건 물론 다 있고 없는 것도 이곳 호찌민 교육방에서는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고 했다.
정보방에서 우리는 여러 영어학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아홉 살 집착남은 또다시 ‘레벨테스트’라는 시험대에 올랐다.
그러나 테스트 결과 그가 들을 수 있는 학원 정규 수업은 없었다.
학교 보충수업을 듣기 위한 학원 보충 수업을 듣기 위해 또 다른 보충수업을 찾아야 하나?
정말 보충만 하다 지칠 판이었다.
다행히 엄마가 기러기인 상황을 들은 학원 관계자는 원어민 선생과의 1대 1 맞춤형 과외를 제안했다.
학원 셔틀을 이용해 원어민 맞춤 수업을 하는 비용은 시간당 약 5만 원이 조금 넘는 비용을 내야만 했다.
한 달이면 약 백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었지만 당시 다른 대안은 없었다.
그동안 아낀 사교육 비용을 쏟아붓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보충의 보충을 위한 보충과외가 시작됐다.
상담을 마친 후,
오토바이 한 대가 학원 앞에 멈춰 섰다.
헬맷을 벗자 멋진 문신과 함께 야성미가 돋보이는 한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가방에서 흰 셔츠 한 장을 꺼내 툭툭 털어 단채를 채운 그가 이내 학원으로 들어왔다.
의문도 잠시, 관계자와 잠시 대화를 나눈 남자가 아홉 살 집작남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짓는 것이 아닌가.
바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온 첫 번째 과외선생님이었다.
“Na..nice to meet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