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속담을 과거의 죽은 잠언 정도나 교훈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속담처럼 일상에 밀착되어 있는 것이 없고, 또 그것을 주관적 체험에 묶어 두지 않고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차원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속담은 '일상의 철학' 혹은 '에세이철학이' 가장 주목해야 할 소재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내일 아침 일찍 심장 관련 검사를 갖기 위해 병원에 가야 한다. 그래서 보일러를 빵빵하게 튼 물로 샤워를 했다. 그동안 날씨가 너무 춥다 보니 샤워도 자주 못했다. 오래 간만에 샤워를 하고 나니까 몸이 개운하다. 아내가 그런 나의 모습을 보더니 데워진 물로 자기도 머리를 감아야 겠다고 한다. 새로 물을 데우려면 그만큼 가스가 많이 들어가겠지만, 이미 데운 물이니까 한 마디로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엊는 격이다. 이런 상황에 딱 맞는 속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