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커피를 줄이는 중입니다만>

쓴 향에 담긴 다정한 위로의 농도

by 숨결biroso나

잔 속의 고요가 식어간다.

나는 아직, 하루를 데운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그 사이로 고요히 깨어나는 마음.


향이 번지는 방향을 따라

생각이 천천히 흩어지고,

손길에 닿는 온기가

내 안의 공허를 감싸준다.


습관처럼 내린 커피가

오늘의 첫 다짐이 된다.


조용히 숨을 들이마시듯,

나는 하루를 다시 품는다.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오늘도 커피를 내린다.


줄이겠다고 말한 지는 꽤 됐고,

커피 대신 홍차를 마시겠다고 다짐한 날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 다짐은 왜

또 커피를 마시면서 떠오를까?


가끔 그런 게 있다.

‘끊는다’는 말은 언제나 너무 단정해서

도리어 다시 돌아가는 이유가 되곤 한다는 걸.


아침을 열며,

나는 또 머그컵을 꺼내쥔다.

진한 향이 주는 안도감은

커피가 아니라 나에게 말했다.



오늘도 다정히 살아보자고.”


오래 전의 나는 쓴 맛을 견디지 못했다.

한때는 믹스 커피만을,

한 때는 연한 아메리카노를,
또 어떤 시절엔 시나몬 가루를 조금 섞기도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쓴맛을 ‘’이라고 느끼게 된 것이다.


견딜 수 있어서가 아니라,

이제는 그 맛이

내 하루와 닮았다고 느껴져서.



내 커피는 진하다.

텅 빈 속에 부딪히면 쓰고,

조용한 마음에 들어오면 따뜻하다.


쓰고 따뜻한 마음.

그게 지금의 나인 것 같다.



요즘 누군가 내게 묻는다.

“그렇게 매일 글을 쓰는데 힘들지 않아요?”


가만히 미소 짓는다.

사실, 매일 쓰는 게 아니라

매일 숨 쉬듯 쓰는 중이라고...


그리고 나에게 글은

'말 못한 설움을 잊게 해주는 마음의 진통제'라고..


누군가의 글을 읽다 눈시울이 적셔 오고

댓글 하나에 가슴이 벅차 오르고

내 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찾았다는 말에

루가 달라지는 걸 보면,


나는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나를 살아내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커피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오늘도 진하게 내렸다.


이건 어쩌면

카페인이 아니라

'위로의 농도'일지도 모른다.


커피의 쓴 향이 남는 이유는

결국, 그 안에도 따뜻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누군가에게는 너무 진한 하루일지 모를 이 시간,

당신의 커피는 오늘 어땠나요?






"오늘도 사소한 순간들이 나를 품어준다."


by 숨결로 쓰는 biroso나.



<작가의 말>


글을 쓰는 일은

커피를 내리는 일과 닮아 있다.
거창하지 않고,

다만 하루를 데우는 작은 의식.


한 모금에 담긴 하루의 쓴맛은
견디려 애쓰지 않아도

'나를 안아주는 뜨거운 위로'가 된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어느덧 4개월.
커피 향처럼 익숙해진 글벗님들의 응원과 온기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글이 오늘 글벗님들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데워주길 바라봅니다.




《숨, 그 결로 나를 품다》는 말 못한 설움을 삼키는 순간에도 내 안의 숨결을 지켜내는 기록입니다.



#숨결에세이 #커피에담긴하루 #일상글쓰기 #숨처럼쓰다 #나를품는시간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