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짐과 머무름이 맞닿는 자리에서
여름이 닫고 나간 문틈,
스며드는 바람의 체온.
떠남이 서늘하고,
머무름이 다정한 이 계절.
문턱에 선 마음으로 하루를 건너간다.
잎 끝에 매달린 빛,
늘어진 그림자의 긴 호흡.
귀 기울이면
소란의 뒤안길에서 흘러나온 고요
발은 가을 돌계단에 얹히고,
가슴은 지난 계절을 붙든다
다정의 흔적이 오래 머무는 자리,
그곳이 문턱의 마음
가을은 외로움이 아니라
내 안의 불씨를 불러내어
조용히 바라보게 하는 계절
새로운 시작을 길어 올리는 경계
찰나의 숨결 속에서
다시 걸음이 시작되고
넘어설 때마다
시간은 더 깊어져 간다.
문턱에 서면, 마음은 늘 머뭇거린다.
앞으로 내딛을지,
잠시 더 머물러야 할지.
그 짧은 망설임이
불안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스스로를 다독이는 숨 고르기다.
계절이 바뀌는 자리는 언제나 그랬다.
여름의 뜨거움이 물러가고,
가을의 서늘함이 발목을 감싸며 스며드는 순간.
창밖 햇살은 여전히 눈부시지만,
그 빛 속에 바스락거리는 마른 잎의 냄새가 희미하게 섞여 들기 시작한다.
창문을 닫을까 말까 머뭇거리는 손길,
집 앞 계단에서 잠시 멈춘 발끝.
그 사이에 머무는 시간이 오히려 가장 진실하다.
끝과 시작은 서로의 그림자를 닮는다.
무언가가 사라진 자리는 허전함이 아니라
다음 걸음을 부르는 울림이 되고,
새로운 바람은
지난 계절의 온기를 데리고 온다.
그렇게 문턱은 두려운 곳이 아니라,
우리가 다시 살아가도록
품어주는 자리일지 모른다.
"붙들던 시간이 놓여서야 새로운 계절이 스며왔다"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경계는 늘 불확실한 얼굴로 다가오지만,
그 불확실함이 삶을 조금 더 깊게 만듭니다.
멈추고, 머물고, 다시 걷는 사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변화는 언제나 작별의 얼굴을 하고 오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 문턱의 시간들을 좋아합니다.
무언가를 잃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워지는 감각이 피어오르니까요.
그건 삶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알려주는
조용한 풍경이기도 합니다.
가을의 바람처럼 조용하지만 단단한 위로가
당신의 오늘에도 스며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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