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칭하기도 한다.
감기라면 오히려 더 빨리 회복 됐을까? 직접 겪어본 나는 '마음의 난치병'이라 표현하고 싶다.
"괜찮아졌지? 이제 다 나은 거야?"
나의 우울증을 알고 있는 지인들에게 약물치료를 한다고 하니 돌아온 질문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질문에 곧장 휘둘려서 '어? 나 이제 괜찮아져야 되는 건가?' 쉽사리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날은 정말 이 세상이 살만하다고 느끼다가 바로 다음날엔 다시 벼랑 끝에 서있는 기분이 들곤 했기 때문이다.
우울증이라는 병에 걸려서 상담'치료'도 받고 약물 '치료'도 받았지만 아직도 진행 중인 이 병이 여전히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감기가 낫듯이 우울증이란 질병이 회복하는 건 점점 나아지는 것, 완치라는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믿었지만 직접 겪어보니 현실과는 많이 달랐다.
우울증 증상을 처음 느꼈을 땐 그 감정이 낯설고 무서웠다.
아침에 눈 뜨는 게 두려웠고,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났으니까.
잘 알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고 화살을 나에게 돌렸고 그 화살 때문인지 나는 더 깊숙이 숨어들었다.
하지만 숨으면 숨을수록 이 세상을 살기엔 너무 두려웠고 나의 세계에는 어두운 그늘만이 잠식했다.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주변사람들의 시선도 시선이었지만 사실은 '나' 자신에게 가장 미안했다.
벼랑 끝에서 추락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내가 가여웠고 안쓰러웠다.
상담치료를 하고, 약물치료를 하고,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해 충분히 애썼던 것이다. 단지 그 노력이 겉으로는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
내가 겪은 우울증이란 병은 아무리 노력해도 마냥 좋아지는 방향으로만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정말 괜찮아졌나 보다’ 싶다가도, 며칠 뒤에는 다시 무기력과 자기혐오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뒤 돌아보니 내가 노력한 길이 직선이지 않을 뿐 나는 어쨌든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너무너무 무기력한 날엔 아주 사소한 목표를 정해서 한 가지를 이룬다던가, 기분이 조금 괜찮은 날엔 친구들을 만나서 긍정적인 분위기에 매료되어 즐겁게 대화도 나눴다.
침대에 쓰러져있는 나도, 바깥에서 웃는 나도, 회복을 위해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이라도 무너진 날엔 실패했다고 자책했다면 이제는 잘 알고 있다.
그런 날도 회복의 일부라는 것을.
회복은 절대 직선이 아니다. 오히려 파도에 가깝다.
들쑥날쑥한 감정의 물결 속에서 때로는 떠오르고, 때로는 가라앉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파도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주저앉은 채 스스로를 탓했지만, 이제는 그런 날이면 "오늘은 그냥 쉬자"며 나를 다독인다.
작은 일상을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칭찬하려 애쓴다.
혼자 병원에 다녀온 날, 어렵게 친구에게 연락한 날,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가끔은 여전히 무너진다. 불쑥불쑥 나타나는 공허함과 두려움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지만 이제는 조금을 알 것 같다.
그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법을 깨닫고 있다는 것이다.
우울은 여전히 내 삶의 일부지만,
나는 그 감정 속에서도 회복하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