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육아, 오십에 하면 손목 나간다
학생 땐 공부 열심히 하라고,
20대엔 스펙 쌓으라고,
30대엔 결혼하라고
눈치 주고, 조언하고,
“때를 놓치지 마라”는 말,
정말 많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
그런 말… 듣기 싫었다.
"지금 내 인생 내가 알아서 할게요~"
속으로 백 번쯤 중얼거리며
귀를 닫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가끔,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진짜, 모든 일엔 ‘때’가 있구나.
‘지금 아니면 안 되는 일’들이 있다
시험공부는 열아홉, 스무 살 그때가 피크였고
군대는… 뭐, 빠를수록 낫더라.
연애도, 결혼도, 임신도 그렇다.
그리고
육아는
그중에서도 ‘지금 아니면 진짜 못 하는 일’이다.
체력도, 정신력도, 인내력도—
이 시기를 지나면
"다시 하라면 못 해" 싶은 종류의 일.
가끔은 생각한다.
“좀 더 준비됐을 때 했어야 했나…”
“돈 좀 더 모으고, 여유 있을 때였으면 어땠을까…”
그런데 알게 됐다.
그 ‘완벽한 때’라는 건
늘 머릿속에만 있고,
현실엔 존재하지 않는다.
항상 조금 부족하고,
항상 약간 두렵고,
항상 정신없다.
그럼에도
이 시기가 지나면 결국 이렇게 말하게 된다.
“그때, 참 잘했어.”
눈 뜨자마자 울고,
잠들자마자 또 울고.
커피는 항상 식고,
머리는 귀신 스타일,
화장은 맘먹고 외출할때만.
그래도
이 모든 게 ‘지금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모든게 갖춰진 마흔쯤에
밤샘 기저귀 교체? 자신없다.
지금이라서 가능한 체력,
지금이라서 가능한 멘탈,
그리고 지금이라서
그나마 웃을 수 있는 ‘여유의 한 조각’.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다짐한다.
“그래. 이왕 하는 거, 즐겁게 하자.”
기저귀 갈면서 트로트도 부르고
우는 소리에 맞춰 리듬 타며 비트박스를 해본다.
때로는 리액션 개그도 해본다.
아기를 관객 삼아 한 사람만을 위한 쇼를 매일 한다.
이 시기, 이 타이밍,
이 순간의 육아는
‘지금만 가능한 프로젝트’다.
나는 이 프로젝트의
메인 퍼포머이자
하우스 키퍼이자
전속 개그맨이다.
그리고
이 육아라는 프로젝트의 핵심 인력은 단 한 명—
나.
(남편은… 조수.
기껏해야 대타.)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흐른다.
지금 아기인 이 작은 존재가
훌쩍 자라서
내 품에 안기지 않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땐 분명
기어다니던 아기,
내 목소리에 까르르 웃던 얼굴이
눈물 나게 그리워질 거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비록 힘겹고, 눈물 나는 날도 있지만—
지금이라서 가능한 사랑을,
지금밖에 할 수 없는 하루를 놓치지 말자.
언젠가 이 시간을 돌아봤을 때
나는 분명,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 아기 진짜 귀여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