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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취업 전까지 함께하는 것

by 메모리

제목과 소제목을 적고 몇 분 동안은 생각에 잠겼다. 내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내가 정말 잘못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건지, 나는 정말 글러먹은 사람인건지. 한주에 거의 한 두 번 꼴로 새벽에 내 방에 찾아오는

엄마의 방문과 동시에 여러 가지 얘기를 늘어놓으면서 잔소리를 시작한다. 오늘도 역시 그랬고. 그 잔소리는 늘 똑같다. 이제 정신 차려야 된다. 공부에 매진해야 된다. 하하 호호거리면서 게임할게 아니다. 너는 너무 긴장감이 없어 보인다. 다른 취준생들은 12시간씩 공부한다. 다른 동생들은 벌써 취업했다. 넌 뭐로 취업할 거냐. 아무것도 없지 않냐.


엄마의 잔소리는 거의 똑같다. 개인적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빼고는 말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달갑게, 아무렇지 않게 알겠다고, 열심히 하겠다고, 노력해 보겠다고 말은 하고 싶지만 막상 나는 짜증을 부리며 엄마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컴퓨터 화면만 바라본다. 아니면 다른 곳을 쳐다보던가.


엄마의 말이 틀린 게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내가 노력이 부족해서, 게으르고 나태한 것도 맞으니까. 그리고 이번에 봤던 토익 시험은, 충격적 이게도 점수가 저번 토익 시험 때보다 떨어졌다. 나름 열심히 공부했는데, 나의 노력으로는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았다. 정말 나도 답답하다. 조금이라도 더 단어를 외우고 공부를 했으면 점수가 조금이라도 올랐을까 싶다. 차마 점수가 내려갔다는 말은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엄마한테는 아주 조금 올랐다고 거짓말을 쳤다. 거짓말이 나쁜 건 맞지만, 가뜩이나 낮은 점수에서 더 떨어졌다는 건 나도 충격이기에 엄마한테 알려지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잔소리를 실컷 듣고 나면, 나는 혼자 천장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에 빠진다. 내가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건지. 나는 정말 답이 없는 인생인 걸까 싶기도 하다. 다른 주변 친구들은 열심히 돈을 벌고 휴일도 즐기고 있는데. 나는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니까. 취준생이라는 이유로.


취업은 하고 싶지만 겁이 나고, 공부해야 하지만 집중이 잘 안 되고, 놀고 싶지만 편히 놀지는 못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보려 노력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이 더 크게 다가와 나를 가로막는다.


나는 정말 많이 무너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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