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
의욕 저하와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하여 다양한 인지 및 정신 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라고 우울증의 대한 정의가 인터넷에 적혀 있다.
우울하다는 기분이 드는 건 겉으로는 잘 안 드러나는 것 같다. 나를 예로 들어도 우울한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으니까. 일반적으로 기분이 안 좋은 거랑 우울한 거랑은 또 다르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안 좋으면 조금 툴툴대면 그만이지만 우울한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이기 때문에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조차 모르기 때문에 그냥 덤덤한 표정을 지으면서,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지내는 것 같다.
이런 우울한 감정이 들 때는 이 감정에 오래 머물지 말고 빨리 빠져나올 방법을 찾는 게 정답이다. 운동이든 책 읽기든 사람을 만나든 뭐든. 하지만 그게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많이 적었을 것이다. 살다 보면 내 뜻대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간관계랑 감정 조절인데, 우울한 기분이 한 번 느껴지기 시작하면 정말 한도 끝도 없이 깊은 우물 속으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제일 힘든 순간은 내가 우울감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 감정에서 빠져나오려 소리 없는 발악을 해대면서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하는 와중에, 외부에서 나를 건드리는 사람들이 있을 때다.
저번 주 토요일 날에는 친구랑 둘이서 만나 같이 얘기도 나누고, 노래방에 가서 놀기도 하고, 인형도 뽑고, 아주 약간의 음주도 즐기면서 시간을 보냈었다. 그러다가 적당히 놀고 들어오라는 엄마의 연락을 보곤, 아쉬움을 뒤로한 채로 일찍이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 내 방에서 남은 시간을 친구들과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잔뜩 화나신 상태로 내 방으로 들어오셔서는 짧고 굵게 잔소리를 하셨다. 내가 아무리 백수라곤 해도 그래도 주말에 잠깐 친구 만나서 놀고, 엄마의 말을 들어 늦지 않게 집에 도착하고, 혼자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뿐인데, 제정신이냐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네가 나가서 놀 그럴 시간이 아니라고, 이렇게 게임하면서 웃을 때가 아니라고 말을 하면서 잔뜩 잔소리를 하셨다. 오랜만에 친구랑 주말에 만나서 시간을 보내 조금은 행복해하고 있었는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이런 쓴소리를 들으니 나의 우울감은 극대화되어가고 있었다.
물론 내 입장이 정말 암담하고 어둡고 미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찮고, 게으르고 나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안다. 알고 있기에 이런 좋지 않은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와의 싸움을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인데,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 걸 듣고는 내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고, 극한의 우울감과 슬픔, 그리고 아찔한 생각도 하게 돼버렸다.
그렇다고 이런 얘기를 주변 친구들에게 털어내 봤자 해결되는 것 하나 없고 친구들의 기분만 더 나빠지게 만들 것 같아서 얘기를 하지 않으려는 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 혼자서 이겨내려고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서 해나가는 중이다. 그렇다고 나의 이 힘든 감정을 부모님께 얘기를 드린다고 해도,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줄 것 같지도 않고, 되려 쓴소리로 돌아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아마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어둡고 고난과 역경이 가득한 시간이지 않을까 싶다. 연인과 이별로 인한 아픔,
취업난으로 인한 취업고통, 나의 행동으로 인해 멀어진 친구들과의 사이, 점점 더 고조되어가는 어머니의 쓴소리, 덩달아 긴장되고 초조해지는 나의 마음, 주변과 자동적으로 비교를 하게 되면서 내가 너무나도 작아지고 쓸모없다고 생각이 들고, 의욕은 온 데 간데없고 우울감과 무기력감에 사로잡혀버린 나의 현 상황이 너무나도 싫다.
나는 많이 아프고 힘들고 괴롭지만, 다른 취준생들은 나만큼 아프지 말고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픈 건 나 하나로도 족하니까. 여러분들은 조금이라도 행복을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나처럼 우울한 마음도 없이. 기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