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아파트에서의 소음

공사와 파티

by 삐아노

우리나라 주거생활면에서 가장 예민한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층간소음일 것이다. 우지끈 발망치부터 우다다다 뛰는 소리, 두두두두 마늘을 빻는 듯한 소리, 쿵! 찍는 소리 등 다양한 파동이 분쟁의 씨앗을 야기한다.

원치 않는 소리, 소음은 사람을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든다.



파나마의 아파트에서도 마찬가지로 소음이 존재한다. 결은 조금 다르지만.



어디서 거주하느냐에 따라 소음의 종류가 조금 달라지겠지만, 우리 집은 고층 아파트가 가득히 몰린 곳에 위치하고 있다. 아파트들이 40-50층 정도로 높고 호의 개수가 많다 보니 한 아파트 당 거주인이 적게는 수십, 많게는 백 명이 넘어가는 엄청난 인구밀도를 자랑한다. 이런 아파트들이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옆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조다.



그리고 나라 기후 특성상 습도가 높다 보니 나무는 곰팡이가 슬어 부식되고 가죽은 삭는다. 센 바람에 의해 베란다 문이 쉽사리 벌어지곤 한다. 에어컨 고장은 매우 잦고, 천장과 바닥에 흥건히 물이 새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외에도 수리할 일이 무궁무진하다. 그렇다 보니 현재 공사를 하고 있는 집들이 몹시 많다! 당장 부엌에만 가도 반대편 집이 공사를 하는 모습을 만날 수 있고 베란다를 나가봐도 옆 아파트에서 인부들이 드릴로 뭔가를 뚫고 있다.



게다가 좁은 부지에 새로운 아파트를 짓기도 한다. 우리 집에서 10초 거리에 있는 코 앞에 아파트를 새로 짓고 있다. 밖으로 나가면 엄청난 굉음에 머리가 울릴 지경이다.


베란다문을 열고 있노라면 공사 소리가 기본 디폴트다.

또 드릴 소리가 들리는군, 그만 환기하고 문을 닫아야지.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게다가 아파트 앞 도로도 허구한 날 뒤엎기 일쑤이다. 하수도 공사를 하는 건지 뭘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번 들어내면 수습하는데 몇 달은 족히 걸린다.




두 번째 소음은 바로 음악이 점철된 파티 소음이다. 흥에 살고 죽는 라틴 아메리카 답게 파나마 역시 음악을 좋아한다. 어떤 음악이냐 하면, 일단 지금껏 발라드나 재즈, 팝이나 클래식 따위는 들어본 역사가 없다.


무조건 라틴 특유의 쿵짝 리듬이 살아있는 música típica 라든지, 클럽에서 나올 것 같은 reggaetón 음악, 아프리칸 비트가 섞인 Reggae en Español 등이 귓가에 강제로 울려 퍼진다.


이런 음악을 길거리나 본인의 집에서 볼륨을 최대치로 틀어서 즐긴다. 낮에 들어도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자정이 넘은 시간에 들리면 짜증이 훅 솟구친다.


한 번은 콜론에 있는 숙소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바로 옆 방의 남자가 숙소 앞 테라스에서 정신없는 라틴 음악을 최대 음량으로 틀어놔서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귀가 고문당한 적이 있다.


괜히 얼굴 붉히기 싫어서 그저 견디는 편인데, 그때는 정말 귓구멍에 핸드폰 스피커를 꽂아놓은 기분이라 뭐라도 이야기하러 밖에 나갔더니 그 남자는 음악만 틀어놓고 잠시 어딘가 사라진 채였다. 지금 생각하면 마주치지 않은 게 너무나 다행이다! (갱단 조직원이었으면 어쩔 뻔?)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는 으레 새벽까지 웅성대는 소리, 음악 소리, 깔깔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러나 층간 소음으로 어디다가 말할 곳은 없다.

총 맞을 수도 있으니까!



왜 이렇게 시끄럽게 음악을 틀어대는 걸까 궁금했다.

알고 보니 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본인이 그 음악에 취해서 기분이 좋아지면, 다른 사람도 내가 튼 음악 덕택에 행복해질 테니 본인은 선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단다. 그들의 입장에선 타인과 즐거움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조용한 분위기는 죽어있다고 생각하여 시끄러운 음악을 통해 해당 장소에 생기를 불어넣는 거라고 생각한단다.


이처럼 생각하는 방식이 아예 다르다.





오늘 밤은 다행히도 선풍기 날개 소리만 들린다.

고요한 밤의 침묵이 참 좋다.


까스꼬 비에호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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