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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푼푼 Jul 20. 2024

자폐아이를 위해 심방기도를 받다

얼마 전 우리 아이를 위해 교회분들이 집에 찾아와 주셨다.


난 사실 기독교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나님의 때라는 것이 있는 걸까.

자폐 아이와 살게 되면서 나 자신은 낮아지고 또 낮아졌다. 더 이상 내 힘으로 버틸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순간 거짓말처럼 믿게 되었다. 40년간 무교로 살아왔던 나에게 인생의 큰 변화였다.


그래서 아직 생소한 단어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이번에 ‘심방기도’라는 말이 그랬다.  이는 쉽게 말해 집에 방문해서 그 가족을 위해 성도들이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새 일꾼반이라는 세 달짜리 성경공부반을 하게 되면서 각자의 고난에 대해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때 난 자폐아이와 사는 하루하루가 고비인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길 했고 사람들은 매우 놀란 눈치였다. 장로님과 성도분들은 눈물을 흘리시며 우리 가족을 위해 기도해 주셨다.


장로님은 그 후로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우리 가족을 생각해 주셨다.

처음 몇 주간 관심을 보이실 땐 얼마 못 가 시들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성령의 힘이었을까. 장로님은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보내오셨고 급기야 우리 아이를 위해 심방기도로 집을 방문하셨다. 같이 성경공부 했던 성도들과 함께.


이런 부담스럽고도 감동스러운 방문은 처음이었다. 아이에게 오전부터 교회에서 널 위해 사람들이 방문할 거란 말을 해 놓았다. 아이는 알아듣고 설레어하는 눈치였다. 자꾸 입에서 교회, 교회를 꺼냈다.


사람들은 우리 집을 방문했고 순서대로 기도, 찬양, 설교를 나누었다. 아이가 신기하게도 평소보다 즐거운 모습을 보였다. 케이크를 사 오셔서 그런지 자기 생일파티라고 느낀 것만 같았다.

아이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오늘 이 자리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아이는 심지어 장로님 무릎 위에 앉아 어리광까지 부렸다. 장로님도 우리 아이를 실제로 보고 사랑스러워하셨다.


다 같이 성경 구절을 읽을 때 난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생각났다.

이선균이 깡패에게 맞고 돌아왔을 때 형제와 동네 친구들이 소리 지르며 동네 전체를 샅샅이 뒤질 때의 모습. 송새벽의 분노. 그 장면을 보면서 울컥했던 기억이 났다.


이번엔 내가 그런 경험을 하는 것 같았다.

아주 낮은 바닥에 누워 움직일 힘도 없던 나를 사람들이 번쩍 들어 올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콘서트장에서 가수가 관객에게 눕듯이 말이다. 그것은 분명 내 힘은 아니었지만 힘내라는 강한 에너지를 받고 있었다.


성도들이 떠나고 남겨진 집에서 우리는 충만함과 감사함을 느꼈다.

우리를 위해 우리 아이를 위해, 너무나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던 우리 집의 방문.

이 날의 격려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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