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아이에 관한 글을 기록한 지 거의 일 년이 되어간다.
다행히 나는 아직 살아있고 건강하다.
극심한 우울증과 절망감에 한 때 죽음을 매우 가깝게 여겼었다.
아직도 하루하루 고난의 연속이지만 난 가족을 위해, 우리를 위해 강건해지려 하고 있다.
일 년 전쯤 자폐 아이를 가진 우리 가족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더 오래 시간이 지났다 생각했다. 내 고통의 시간이 길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일 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니 무언가 실감이 안 났다.
그때 아이에 대해 기록한 글들을 보면 솔직하게 그때보다 아이의 상태가 많이 좋아진 거 같진 않다.
아이는 자라고 있다.
이제는 아이의 치료시설에서도 언제 쫓겨날지 조마조마해하는 나이가 되었다. 아이가 다니는 치료센터에는 우리 아이가 나이가 가장 많고 증상도 가장 심각하다.
다른 자폐 어린아이들의 부모는 우리 아이를 쳐다보고 의식한다. 우리 큰 아이의 문제 행동에 자기 아이가 다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우려 섞인 눈빛도 있고. 나도 힘든 인생을 산다 생각했는데 저 집은 더 심각하구나. 이런 눈빛을 머금는 사람도 있다. 어디까지나 나의 상상이다.
아이가 커 가면서 여성 치료사들은 점점 우리 애 담당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신체적으로 감당하기도 힘들뿐더러 아이가 본의 아니게 신체 접촉을 하는 면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새 아이의 치료사들은 남자들로 가득 채워졌다. 치료사에 여성의 성비가 높은 것을 보면 역설적이다.
오늘은 남자 치료사가 충격과 절망을 안고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 아이가 화장실을 다녀온 뒤 전신 나체로 센터를 활보했다는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지만 이렇게 집 밖의 장소에서 그런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우리 역시 충격이었다.
일 년 전부터 써 왔던 아이에 대한 고민들. 문제 행동들. 가슴이 아리게도 많은 것들은 호전되지 않았고 어떠한 부분들은 더욱 악화되었다.
최근 자폐에 관한 논문을 읽다 알게 되었다. 우리 아이와 같은 자폐를 Profound autism이라고 한다는 것을. 공식적인 정의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만 8세 이상에 아이큐가 50 미만. 공격적 행동. 반복적 행동. 자해 등을 하는 것으로 정의되어 있다. 전체 자폐 중에 1/4을 차지한다고 해서 놀랐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우리 애만큼 심각한 아이를 본 적인 손에 꼽는데 비율이 생각보다 높아 보였다. 이렇게 지적 장애를 동반한 자폐는 지적장애만 가진 아이보다 케어하기가 훨씬 힘들다고 쓰여 있었다.
차갑고, 사실적인 자폐에 관한 논문을 읽으니 조금 더 현실감이 들었다. 의사들을 만나면 보통 위로나 희망적인 얘기를 해 주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