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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푼푼 Jul 10. 2024

친한 사일 수록 자폐 얘기를 꺼내지 못하는 이유

우리 첫째 아이는 자폐를 가지고 있어요.


이 한 줄의 말을 꺼내는 것이 점점 어렵다.


과거에 나는 오히려 용감했다. 하지만 용기를 내 이 말을 꺼낸 이후에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기대했고 실망했던 것 같다. 그로써 그들과 끝내 멀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나의 고통과 삶에 대한 얘기를 듣고 나면 사람들의 반응은 대게 그 얘기를 다시 꺼내는 것을 피한다는 것이었다.


부담스러운 얘기고 자신이 그것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분위기를 다운시키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실수로 상처 줄까 봐 조심스러웠을 수도 있다. 그렇게 다시는 대화에서 나의 자폐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당시에는 나의 아이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 같아 그들에게 서운했다. 하지만 이제는 깨닫게 되었다. 그 사람들은 잘못이 없다는 것을. 내 얘기를 터놓고 그 사람에게서 진득한 위로와 공감을 받고자 한 내 기대가 문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십여 년을 알고 지낸 사람들도 나의 아이가 자폐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이 얘기를 물어보면 늘 둘러대거나 가벼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마다 난 가슴이 아리고 고독함이 들었다.


내 얘기를 꺼내놓을 기회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그 한 줄의 말을 꺼내놓는 순간 우리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까 두려웠다. 나의 터무니없는 기대와 그로 인해 돌아오는 실망감은 나의 소중한 인연들과의 관계를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후로 친한 관계일수록 자폐 아이를 가진 나의 가장 중요한, 솔직한 삶에 대해서는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졌다. 만남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늘 고독감과 현타가 느껴졌다.


가장 나다운 모습, 내 진짜 삶을 밝힐 때, 내 소중한 관계들이 무너질까 겁이 난다.


나는 점점 더 겁쟁이가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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