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두 번째 조각 - 정의주]
장태준이 합류한 특별팀은 이제 행정 실무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교육청의 추천으로 물망에 오른 사람들 중 가장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정의주였다. 정의주는 과거 교장과 행정실장의 횡령 사실을 내부 고발했다가 오히려 교육계에서 매장당한 인물이었다. 교육감 비서실을 통해 얻은 정보로는 현재 작은 세무사 사무실의 사무 보조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서준은 정의주가 일하는 곳을 찾아갔다. 낡은 상가 건물이 빽빽이 들어선 수산물 시장 근처. 비릿한 해산물 냄새와 시장의 소음이 뒤섞인 곳. 3층으로 향하는 좁고 가파른 계단은 시멘트가 벗겨지고 군데군데 금이 가 있었다.
‘대동 세무 사무소’라는 낡은 간판이 붙어있는 허름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 듯 온갖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낡은 책상에 고개를 박고 서류를 정리하던 정의주는 낯선 서준의 등장에 잔뜩 경계하며 고개를 들었다.
서준은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이 교육감 직속 특별조사팀임을 밝히고, 정의주에게 팀 합류를 제안했다.
“정의주 과장님, 과장님 같은 분들의 용기가 있었기 때문에 특별조사팀이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교육감님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저희와 함께 그때 바로잡지 못했던 것을 바로잡을 기회가 왔습니다.”
정의주는 서준의 제안에 고개를 저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의 눈빛에는 과거의 상처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정의주는 그 시절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아왔다. 광일고등학교는 운동장이 좁고 체육관이 없어 학교 행사라도 하려면 자치단체의 운동장을 빌려 써야 했다. 정치를 잘한다고 소문났던 신임 교장은 부임하자마자 세현시와 교육청에서 체육관 신축을 위한 지원금을 받아냈다.
실무를 담당한 행정실 과장 정의주는 견적서와 실제 공사비가 터무니없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밤낮으로 서류를 파고들었고, 마침내 업체가 40억의 견적을 올려 입찰받은 후 실제 공사비는 30억만 사용했음을 알게 됐다. 교장과 행정실장이 업체와 공모하여 공사비를 부풀리고 공사비 10억 원을 착복하는 방식으로 사리사욕을 채운 것이 명백했다.
정의주는 서류 조작의 증거를 찾아 공사비 편취 및 횡령 사실을 교육청 감사과에 용기 내어 신고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파면 위협과 ‘내부고발자’라는 주홍글씨뿐이었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는 교육청 발령과 모든 업무에서 배제되는 노골적인 업무상 따돌림. 이런 상황을 3개월을 지속하다 더는 버티지 못하고 자기 발로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정 과장님. 이제라도 바로잡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쓰여야 할 예산은 계속해서 엉뚱한 곳으로 새나갈 겁니다.”
서준은 정의주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비리에 대한 혐오와 정의주에 대한 깊은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
“다 알고 오시지 않았습니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제가 나선다고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정의주는 고개를 숙였다. 그의 목소리는 절망감에 젖어 있었다.
“이번엔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힘을 합치면… 이번에 끝을 봅시다.”
서준은 그의 어깨에 조용히 손을 얹었다.
“제가 그곳으로 어떻게 돌아갑니까? 저는 할 수 없어요.”
정의주는 자신의 무력감과 조직에 대한 배신감으로 감정이 복받쳐 서준을 향해 울부짖듯 말했다.
그런 그를 말없이 바라보던 서준은 잠긴 목소리로 나지막이 그러나 강한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특별팀의 일원이 되어 주십시오. 과장님이 필요합니다.”
고심 끝에 정의주는 서준의 손을 잡았다. 그의 눈빛 속에 희미한 희망의 빛이 반짝였다
14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