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B110 12화

조각난 정의를 모아 (2)

part 2

by 서정윤

서준의 이야기를 듣는 장태준의 머리 속에 지난 해의 일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박현우 학폭 사건 당시 학생부장이었던 장태준은 박현우의 비행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고 언젠가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강혜린 선생의 신고로 박현우의 비행이 수면 위로 드러난 후 젊은 시절 함께 근무해 안면이 있던 중등교육과장이 느닷없이 연락을 해왔다.


술자리에서 혼자 떠들던 중등과장은 느닷없이 은근한 목소리로 장태준을 압박했다.

“장 부장, 박동재 씨 일 조용히 처리하는 게 좋지 않아? 당신은 다 좋은데 너무 일을 고지식하게 처리하는 게 문제야. 그거 그냥 조용히 눈치껏 마무리하고 말아. 증거도 없다며? 박동재 씨는 우리하고도 잘 아는 사인데, 부교육감님이 은근히 신경 쓰시더라구.”

“…….”

“이제 장 부장 교감 연수 나갈 때 됐지? 그 학교 근평 경쟁 치열하다며? 적당히 좀 해.”

둘 뿐인 자리였지만 바짝 얼굴을 붙인 중등과장은 경고의 말을 나직이 속삭였다.

그동안 중등과장과 교장의 요구를 듣지 않고 소신대로 할 때마다 돌아오던 비참한 결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등굣길에 교문 앞에 서서 학생들을 맞이하던 그를 향해 ‘쇼 하지 말고 그냥 자리나 지키라’고 싸늘한 말을 던지고 교장실로 향하던 교장의 차가운 표정.

‘내가 있는 한 너처럼 뻣뻣한 놈은 절대 승진 못 한다’던 교장의 취중 진담. 일부러 직원회의 자리에서 자신의 이름을 틀리게 부르며 조롱하던 교감의 번들거리는 얼굴. 이번에도 말을 안 들으면 그들은 또 무슨 짓을 할까.

교감의 반대로 학폭위 날짜를 잡지 못하고 시간만 끌다가 그 사건은 흐지부지되어 버렸고, 그는 결국 명예퇴직 신청을 했다. 강혜린 선생이 인권위에 불려다니는 일과 박현우 사건이 관련이 있다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자신은 이제 떠나는 사람이라 나서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강혜린 선생은 세상을 떠났다.


서준의 말이 끝난 다음에도 장태준은 한동안 고개를 숙인채 말없이 앉아있었다. 그의 내면에서는 이제는 교육계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전직 교사로서의 양심은 지켜야 한다는 두 마음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장태준은 마침내 깊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무슨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한 해보죠.”

그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결의가 담겨 있었다.

‘교육계 내부 사정 전문가’인 장태준의 합류로 서준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든든했다.



13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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