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B110호. 특별조사팀 표지판이 붙은 문 앞.
기획실 소속 배수진은 노크를 하기 전에 두 손을 가슴에 올린 채 심호흡을 크게 했다. 학교를 떠난 후 학교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무를 하게 되는 건 5년 만이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교사의 꿈을 키우던 배수진은 기간제 교사로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학생들과 생활하고 교단에 서는 것이 행복하고 즐거웠지만 시험문제를 유출하는 교사를 만난 후 교사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같은 학년을 담당했던 구성준 부장은 수업도 업무도 대충 하는 것으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수학 교사들이 구성준과 같은 학년을 맡는 걸 모두 꺼리다 보니 아무 힘 없는 배수진이 구성준의 파트너가 된 것이다.
“아, 배 선생님. 내가 컴퓨터는 영 젬병이라. 1년 동안 시험지 편집은 선생님이 맡아서 합시다. 내가 문제를 주긴 줄 텐데…….”
그러나 구성준은 출제 원안지 마감 하루 전에도 출제한 문제를 넘겨주지 않았다. 결국 마감일 전날 밤을 새워 구성준의 문제까지 출제해서 제출했다. 그리고 검토를 위해 완성된 시험지를 구성준에게 파일로 보냈다.
그런데 시험 전날, 학생의 질문을 받아주다가 우연히 자신이 낸 문제와 똑같은 문제가 풀어진 것을 발견했다. 확인해 보니 구성준이 자기가 맡은 반 학생들한테 시험 직전 정리 문제라며 시험문제를 알려준 것이다. 그날 밤 배수진은 밤을 새워 시험 문제를 다시 출제해야 했다.
배수진은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 직전의 어느 날, 복도에서 학생부장에게 혼나는 자기 반 아이들을 발견했다.
“너희들, 4교시 수업 시간에 어디 갔었어!?”
아이들을 불러 사실 확인을 하니 그 대답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 선생님 시간에 애들 다 맘대로 돌아다녀요. 우리 없어도 몰라요. 교실 들어와서 애들 얼굴 한 번도 안 봐요.”
학생들의 학습권과 안전이 그저 시간이나 때우려는 무책임한 교사의 방치 아래 위협받고 있었다.
교직에 대한 실망감이 점점 커질 무렵 배수진의 결심을 굳힐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평소에도 수업 태도가 좋지 않았던 김태식은 그날은 아예 대놓고 휴대폰을 들여다보느라 고개 한 번 들지 않았다. 휴대폰을 넣으라고 여러 번 지시했으나 듣지 않더니 결국 킥킥 웃음소리까지 내가며 다른 친구들 수업까지 방해하고 있었다. 결국 배수진은 수업을 멈추고
“야, 김태식! 너 또 계속 휴대폰만 볼래? 안되겠다. 수업 끝날 때까지 교탁 위에 너 폰 갖다놔!”
그러자 김태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뚜벅뚜벅 다가와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순간 교실엔 적막이 흐르고 배수진은 눈앞이 하얘졌다. 뺨이 얼얼했다.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당황한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김태식은 피식 비웃으며 턱을 치켜들었다.
“뭔 짓은 뭔 짓이야? 짜증 나서 때렸는데? 꼬우면 잘라보시든가! 기간제 주제에…….”
그녀의 눈에 뜨거운 것이 차올랐다.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김태식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게… 내가 평생을 바치려 했던 교사의 삶이란 말인가?’
소문은 순식간에 학교에 퍼졌고, 동료 교사들은 충고랍시고 그녀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듯한 말을 한마디씩 보탰다.
“어차피 두 달 지나면 그만둘텐데 괜히 애들하고 부딪힐 필요 뭐 있어요? 적당히 해요. 나도 이꼴 저꼴 보기 싫어서 수업할 때 교실 뒤 게시판 보면서 한다니까.”
“에휴, 그런 애들 하루 이틀 겪어요? 원래 사람 안 바뀌어요. 그런 애들하고 부딪혀봐야 나만 망신당하지. 알아서 피하는게 최고예요. 선생님이 너무 순진해서 그래.”
아이들을 바르게 가르쳐야 할 교사들은 이미 아이들을 평가해놓고 선을 긋고 있었다. 참교육 따윈 관심도 없는 채, 귀찮은 일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기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교사의 권위는 실추되었고, 교실은 붕괴되었다. 학생들은 교사를 조롱하고, 일부 동료 교사들은 그런 상황을 외면하거나, 심지어는 문제 학생의 부모가 권력을 가진 경우 알아서 기는 추태를 보였다. 사범대에서 꿈꿨던 '참교육'은 없었다. 그녀는 그날, 그동안 공부하던 임용 교재들을 전부 내다 버렸다.
고작 1년의 기간이지만 교사로서의 책임감도 없고 교사의 권위도 없는 집단의 실체를 똑똑히 목격한 배수진은 특별수사팀으로 오게 된 것이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15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