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똑똑똑
B110호 문이 조용히 열리고 배수진이 들어섰다.
배수진을 발견한 서준은 순간 당황했다. 그가 사전 조사를 통해 파악한 배수진은 ‘원칙주의자에 사소한 숫자 오류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 예리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는 밝고 쾌활한 첫인상에 사회초년생처럼 앳된 얼굴의 교육청 소속 공무원이 서 있었다. 그러나 인상과 달리 침착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배수진에게서 확고한 의지를 가진 강인함을 느꼈다.
“배수진 주무관님은 기간제 교사 경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교육 현장을 경험해 보신 분이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교사가 꿈이었거든요. 그런데 기간제 교사로 일하면서 알았어요. 겉만 번지르르한 교육 시스템 속에 나태와 안일, 무책임 이런 것들이 얼마나 많이 내재되어 있는지를요. 미약하지만 제가 팀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배수진까지 합류하면서 팀은 이제 조금씩 형식을 갖춰가는 것 같았다.
[첫 번째 미션, 교감의 비밀을 향해]
특별조사팀 사무실, 긴 테이블 주위로 서준, 장태준, 배수진, 그리고 정의주가 둘러앉았다.
팀의 첫 번째 업무는 온빛고의 학교 폭력 은폐 사건이었다. 서준이 사건의 피해자 김민준을 통해 확인한 박현우의 학폭 사실을 간단하게 브리핑 한 후 당시 학생부장이었던 장태준이 학폭 신고부터 은폐까지의 과정을 덧붙였다.
서준도 장태준도 혜린의 이름은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사건을 공유한 팀원은 은폐를 입증할 증거를 찾는 일이 쉽지 않을 것임을 모두 느끼고 있었다.
장태준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강혜린의 죽음은 그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 그는 눈을 감았다. 과거 자신이 학생부장으로 재직하던 때의 기억을 더듬다가 문득 교감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날도 학부모의 거센 민원에 시달리고 있던 장태준에게 잘난 척 하기 좋아하는 교감이 코치한답시고 했던 말이었다.
“아이고, 장 부장. 학부모 상대하는 게 쉬운 줄 알았어? 나도 전에 지독한 학부모 만나서 덤터기 쓸 뻔했다니까. 그때 통화 내용 녹음해 둔 덕에 살았지. 안 그랬으면 옷 벗었을 거야.”
교감은 허리에 손을 짚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장 부장도 이제 습관 들여야 해. 학부모들한테 공격당하지 않으려면 무조건 다 녹음을 해야 돼. 나는 이제 습관이 돼서 뭐든 다 녹음한다고!”
장태준은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맞아! 교감! 우리 학교 교감이 습관적으로 녹음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서준을 비롯한 팀원의 시선이 일제히 장태준에게로 향했다.
“박현우 사건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황이 교감의 휴대폰에 녹음되어 있을 겁니다. 아마도 그거 무마하고 덮어버리려는 지시까지…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것만 찾아내면 됩니다!”
장태준의 목소리에는 희망이 섞여 있었다. 서준은 장태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숨을 내쉬었다.
“좋은 단서입니다. 하지만 교감의 휴대폰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게다가 녹음 파일이 있다 해도 암호화되어 있거나 삭제되었을 수도 있고요. 이런 파일을 찾아내고 복원하려면…….”
배수진이 그의 말을 이었다.
“전문적인 디지털 포렌식 기술이 필요한데 우리는 그런 역량이 없잖아요. 팀장님, 빨리 우리 팀에 컴퓨터와 디지털 전문가를 데려와야 해요.”
서준도 그런 인재를 찾고 있었지만, 적임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16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