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B110 10화

정의의 설계자 (3)

part 3

by 서정윤

박은주는 그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시선을 천천히 창밖으로 돌렸다.

‘반복되지 않는 시스템’

교육감 박은주의 뇌리에 과거 평교사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 교사로 발령받았던 해였다.

국립사대 출신 우선 채용이 공개경쟁 시험으로 바뀌면서 박은주는 사립사대 출신으로는 드물게 합격하고 공립고등학교에 발령받았다. 새내기 교사 박은주는 수업 준비하랴, 담임 업무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학교에 적응이 어느 정도 되니 주변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됐는데 이상하게 둘째, 넷째주 금요일이면 교사들 대다수가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지고 교무실이 텅 비었다. 같은 학년의 담임 교사들도 하나같이 개인 일정을 이유로 빠져나갔고, 그런 날의 자율학습 감독은 언제나 박은주 혼자였다.


“선생님, OO대 나온 거 아니죠? OO대 선생님들 오늘 동문회 한다고 다 나갔는데.”

지나가는 말로 던진 학생의 한마디에 그녀는 비로소 상황이 파악됐다. 동문도 선배도 없는 자신은 이 학교의 비주류 교사였던 것이다. 이 학교의 주류는 OO대 사범대 출신이었다. 아니, 세현시 교육계의 80%가 OO대 사범대 출신. 관리직의 80%도 OO대 사범대 출신이었다.

그들만의 동문회, 그들만의 회식, 그들만의 인사 시스템.

부장 자리도, 교감 승진도, 장학관도 모두 그들끼리 서로 챙기고 나눠 가졌다. 그들끼리는 ‘형님’, ‘동생’ 하면서 타 대학 출신은 철저히 따돌리는 폐쇄적인 카르텔. 그리고 그 구조는 지금까지도 바뀌지 않았다.

교육계의 진정한 변화 그리고 쇄신을 위해서는 학연, 지연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기존의 인물이나 부서로는 불가능하다. 교육계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철저한 외부인, 그리고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했다.

‘강서준 같은 인물이라면 가시적인 성과가 가능할 수도 있다. 특별 조사 팀이 제 몫을 확실하게 해준다면, 자신의 개혁 성과가 되어 다음 선거의 든든한 발판이 될 것이다.’

“강 변호사님, 특별 조사팀은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직 진실만을 추구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합니다. 독립성과 독자성이 보장되지만 대신 책임도 막중한 조직입니다. 면밀히 검토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교육감은 서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며칠 후 교육감의 전화를 받았다.

“팀을 이끌 사람으로 강 변호사님이 적임자라고 판단했습니다. 팀 운영에 관한 모든 권리와 책임은 변호사님에게 있습니다. 특별팀을 맡아주시겠습니까?”

잠깐의 침묵. 서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목적을 품은 채, 그러나 공통된 목표를 향한 계산된 거래를 성사시켰다. 서준은 이제 막 혜린의 복수를 위한 시스템 내부 진입이라는 첫 번째 관문을 돌파했다.



11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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