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계산된 접근]
서준은 교육감에게 접근할 전략을 구상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의 문제 제기? 그가 가진 정보가 미미한 상태에서는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 직접적인 정보 전달? 수많은 청원과 민원 속에 묻힐 가능성이 높았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신뢰할 만한 누군가를 통해 ‘추천’ 받는 것. 교육감 또는 그녀의 핵심 측근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와 능력을 각인시키는 것이었다.
그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며칠 후, 서울 시내의 한적한 카페.
차분한 재즈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서준은 오랜만에 연락한 김 기자와 마주 앉아 있었다. 검찰청 출입 기자인 김상원은 서준의 갑작스러운 연락에 의아해하면서도 흔쾌히 시간을 내줬다.
“오랜만입니다, 변호사님. 개업 소식은 들었는데 찾아뵙지를 못했네요.”
마음이 급한 서준은 간단한 안부 인사 후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다름이 아니라… 김 기자님이 세현시 교육감님과 동문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혹시 교육감님 만날 기회를 만들어 주실 수 있을까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교육감님께 변호사님을요? 그분하고 개인적인 연결은 쉽지 않을 텐데. 워낙 바쁘셔서.”
“교육감님이 교육계 부패 척결 의지가 강한 것 같던데 제가 그쪽에 관심이 있어서요.”
“변호사님, 교육 쪽에도 관심 있으신 건 처음 알았네요.”
“이쪽 일 하다 보니까 또 어떻게 그렇게 연결이 되네요. 교육계에서 의뢰가 오는 경우도 좀 있고요. 마침 특별 조사팀 신설하신다고 하니 제가 관심이 생기네요, 하하.”
서준은 혜린의 죽음에 대한 언급은 일절 피했다. 대신 부조리가 만연한 현실에 대한 개탄과, 그것을 바꾸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두 사람의 거래]
며칠 후, 서준은 세현시 교육청 본청 대회의실에 앉아 교육감을 기다렸다. 변호사로서 수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이렇게 긴장되는 만남은 처음이었다.
끼익- 문이 열리고 교육감 박은주가 들어선다. 뉴스나 사진보다 훨씬 단단하고 카리스마 있는 인상. 꼿꼿한 자세와 단정한 정장 차림에서 권위와 함께 빈틈없는 실무적인 능력이 느껴졌다.
입은 웃고 있지만 그녀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서준을 꼼꼼히 살폈다. 서준 또한 교육감의 교육 개혁에 대한 진정성과, 그 뒤에 숨겨진 정치적 계산 속을 동시에 읽어내려 한다.
“강 변호사님은 교육계 부패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다구요.”
“제가 파악한 부조리들은 이미 교육계 깊숙이 뿌리내린 문제들의 일부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서준은 혜린의 일을 조사하면서 느낀 교육계의 문제점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 시스템 내부의 공고한 벽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강 변호사님의 이력이 흥미롭군요. 검사에서 인권 변호사로… 그리고 지금은 교육계 문제에 관심을 보이시고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교육감은 서준의 진짜 동기와 목적을 탐색하려 한다.
서준은 고개를 들고 교육감의 눈을 똑바로 마주봤다.
“제가 만나는 사람들은 언제나 부조리 앞에서 힘없이 무너진 이들입니다. 그들은 대개 시스템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억울함을 당하죠. 교육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계의 부패와 부조리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어린 학생들에게 돌아갑니다. 결국 그 아이들이 짊어질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서준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엔 짧은 침묵이 흘렀다.
10화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