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B110 07화

보이지 않는 손 (3)

part 3

by 서정윤

[가려진 진실]

서준은 혜린의 학교 학생부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당시 학생부장이었던 장태준은 박현우 사건의 정황을 가장 잘 알고 있을 사람이었다. 이번 학기에 명예퇴직을 했다는 장태준이 어쩌면 진실을 알아낼 열쇠를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렵게 장태준의 연락처를 알아낸 서준은 여러 차례 장태준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번번이 만남을 거부당했다. 그러나 혜린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이대로 물러날 수 없었다. 장태준의 이런 반응은 그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였다. 그 침묵 뒤에 감춰진 진실을 캐내야 했다. 서준은 혜린이 겪었을 고통을 조금만 이해해달라고 장태준의 양심에 호소했다.


힘들게 만나기는 했지만 장태준은 쉽게 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아무 이야기도 못들을까봐 조바심이 났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장태준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강 선생은… 민준이 이야기 듣고 저한테 상담을 했어요. 학폭위 열어달라고, 민준이만 당한 게 아니라고.”

“저도 들어보니 사안이 심각하길래 교감 선생님한테 보고했어요. 그런데 교감 선생님이 학폭위를 반대했어요.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괜히 일 키우지 말자면서요.”

장태준은 학폭이 무산됐던 그 날을 떠올렸다.

강혜린 선생은 학생부에 찾아와서 따지고 들었고, 내막을 알고나서는 교장실로 쫓아내려갔다. 장태준이 교장실에 불려 내려갔을 때 교장과 교감이 강 선생을 몰아세우고 있었다.

“강혜린 선생! 학교 폭력이 일어났다는 증거도 없는데 괜히 모자라는 애 얘기만 듣고 휘말리시면 안 돼요. 애들이 장난한 걸 수도 있는데. 민준인가 걔 좀 이상하다며.”

“강 선생, 마음은 알겠는데, 요즘 세상에 조심해야죠. 사리분별을 그렇게 못해서야. 아니 그 박현우 아버지 몰라요? 그 양반이 우리 학교 학부모회장이야. 그 양반이 무슨 경제인연합횐가 거기서도 간부라고 하더만. 지난번에 구의원도 했었잖아요. 괜히 그 양반 심기 건드려서 좋을 게 뭐 있어.”

“내가 박현우를 잘 알아. 애가 운동 좋아하고 성격 활달하고. 스포츠맨십이 있더만. 누구 괴롭힐 그런 애가 아니야.”


장태준은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서있기만 하던 자신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움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가해학생 아버지가 학부모회장이었고, 지역구 정치인하고도 연결이 돼 있었어요. 선생들이야 뭐 힘이 있나요. 위에서 안된다고 하니까. 결국 학폭은 그냥 넘어갔어요. 그게 겨울방학 무렵이기도 해서 시기도 좀 그랬고. 그런데 갑자기, 그게 … 좀 이상했어요. 강 선생이 전해림 차별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서준은 그제야 이 모든 일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어둠의 배후]

서준은 혜린의 인권위원회 조사 기록을 요청하고, 교육청에도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조사 종결된 사안이라 더 이상의 공개는 어렵습니다.”

예상했던대로 돌아온 답변은 한결 같았다.


자신의 검사 시절 인맥을 동원해 간신히 만나본 교육청 직원은 사적인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위에서 덮으라는 지시가 있었대요.”

“그게 누구죠? 위라면 어디를 말씀하시는 거예요?”

“윤문식 부교육감님요. 그 분이 워낙 힘이 막강해서… 교육부 전체가 그분 손바닥 안에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그분 입김이 언론사까지 닿아 있대요. 강 선생님 관련 기사, 전부 막혔다고 들었어요.”

‘윤문식’

그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모두가 입을 닫고 경직된다는 이야기에 서준은 윤문식의 막강한 영향력을 온몸으로 느꼈다. 혜린이 맞서 싸웠던 ‘그자들’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8화에 계속 …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6화보이지 않는 손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