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B110 06화

보이지 않는 손 (2)

part 2

by 서정윤

[민준의 증언]

서준은 혜린의 휴대폰에서 복구한 사진을 떠올렸다.

‘박현우’, ‘김민준’, ‘550만 원’

그는 혜린의 노트북에서 학생 연락처 목록을 찾아냈고, 김민준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자신의 명함을 찍어서 보내고 혜린의 오빠라는 사실을 밝혔지만 김민준에게서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고민 끝에 서준은 각서 사진을 민준에게 보냈다. 자신이 다니는 학원 앞으로 올 수 있냐는 연락을 받은 건 그로부터 1주일이나 지난 후였다.

학원가의 카페 안은 과제를 하느라 정신 없는 학생, 영상을 틀어놓고 온라인 강의라도 듣는 건지 열심히 무언가를 적고 있는 학생들로 가득차 있었다. 구석의 어두운 자리에 김민준은 고개를 숙인 채 손톱을 물어뜯으며 앉아 있었다.

서준이 자리에 앉은 후에도 고개를 들지 않던 민준이 긴 침묵 끝에 마침내 입을 열었다.

“현우가… 자기가 쓰던 시계를 며칠 빌려줬어요. 좋은 거니까 조심하라면서 억지로 줬어요. 저는 싫다고 했는데…….”

“그런데 왜 민준 학생이 시계값을 물어준 거죠?”

“그 다음날인가 현우가 시계를 돌려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가방에서 꺼내서 줬는데 갑자기 시계가 안간다고… 제가 고장 냈다고 시계값을 내놓으라고 했어요. 550만 원. 매달 50만 원씩. 못 내면 하루에 10% 이자 붙는다고…….”

민준의 목소리는 떨렸고, 두 손은 테이블 위의 컵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민준은 시선을 내리깐 채 바닥만 뚫어져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학생이 매달 50만 원을 어떻게 만들어요? 처음에는 돈을 마련하지 못했어요.”

민준은 거기서 말을 멈췄다.


안에서 문이 잠긴 화장실, 날아오던 주먹, 바닥에 쓰러진 자신의 얼굴을 밟던 발, 머그샷을 찍는다면서 콘돔을 불라고 시키고 낄낄거리던 웃음소리, 풍선만해진 콘돔을 한 손에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 셔터 소리, 플래시, 뒤이어 들려오는 비웃음 소리와 욕설…

민준은 머리를 흔들었지만 그 모든 장면이 마치 방금 전에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기억. 지워버리고 싶지만 절대로 지워지지 않을 그 순간의 고통들.


서준은 민준이 다음 말을 시작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사진을 찍었거든요. 그거 단톡방에 푼다고. 현우한테 애들 사진 많아요. 학교 끝나고 몰래 알바 했어요. 부모님이 식당 하시는데 거기서 돈 슬쩍 하기도 하고…….”

그의 목소리는 갈수록 작아졌다.

“그 수법 저한테만 쓴 게 아니에요. 중학교 때부터 현우랑 같은 학교였는데, 걔는 늘 그랬어요. 다른 애들도 당한 적 많을 거예요. 다들 현우가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 해요... 저도 무서워서…….”


서준은 혜린의 휴대폰 속 여학생의 사진을 떠올렸다. 왠지 이 사건도 박현우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년에 담임샘이 알게 됐어요. 학폭위 열어준다고 했는데…….”

“그럼 학폭위를 안했다는 거야?”

“학생부에서 증거 없다고 그래서…….”

“민준이가 그럼 학교에서 힘들었겠네…….”

“…….”


서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토록 잔인한 폭력이 학교 안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다니. 혜린이 이 모든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꼈을 절망감과 분노가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듯 했다.


07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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