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B110 05화

보이지 않는 손 (1)

part 1

by 서정윤

[보이지 않는 손]

복도 끝, 아이들의 소란이 가라앉자 무거운 정적이 교장실 문 앞을 감쌌다. 서준은 문 앞에 서서 깊게 숨을 들이켰다.

여러 번의 방문 시도 끝에 어렵게 받아낸 면담이었다.


문을 열자 들어오는 사람을 압도할 정도로 부피가 큰 가죽 소파가 교장실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다. 책 한 권 올려져 있지 않은 책상엔 모니터만 하나 놓여 있고, 모니터 위로 반쯤 벗겨진 교장의 머리가 보였다. 서준이 들어선 후에도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 않던 교장은 대놓고 위아래로 훑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혜린 선생님의 죽음은 안타깝습니다.”

교장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개인적인 스트레스와 부적응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심리 상담도 권유했었고, 정 힘드시면 병가라도 내시라고 제안했어요.”

라며 노골적으로 혜린을 '문제 있는 교사'로 깎아내리려 들었다.

서준이 미처 대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자기 할 말만 다 하고 끝내겠다는 듯이

“게다가 장애 학생 차별 논란으로 인권위 조사까지 받으시면서… 학교는 해드릴 수 있는 건 다 해드렸습니다.”


서준은 교장의 태도에서 ‘장애 학생 차별’이라는 프레임이 의도적인 공작으로 퍼뜨려진 것임을 감지했다.

‘절대 혜린이가 장애 학생을 차별했을 리 없다. 내가 아는 동생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교장의 싸늘한 표정 뒤에 숨겨진 진실, 그가 앉아 있는 의자 밑에 쌓인 추악한 음모를 기필코 파헤쳐야만 한다.


[묻힌 소문]

서준은 혜린의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들은 서준이 접촉할 때마다 경계심을 보이며 굳게 입을 닫았다. 그래도 진심은 통하는 것인지 서준의 끈질긴 설득과 혜린에 대한 진심 어린 애도로 조금씩 마음을 여는 사람도 있었다.

“박현우요? 걔, 박동재 아들이잖아요. 이 동네 건물 웬만한 건 그 사람 걸걸요. 예전에 학폭 사건 크게 터졌었는데 박현우가 가해자라는 얘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조용히 넘어갔죠. 돈으로 막았다는 얘기도 돌았고…….”

간신히 연락이 닿은 혜린의 동료 교사는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레 소문을 전해줬다.

“그 일 이후로, 강 선생님이 점점 외로워지셨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학부모들이 민원도 넣었다고 하고…….”

서준은 박현우의 학폭 사건과 혜린이에게 씌워진 ‘장애 학생 차별’ 프레임 사이에 모종의 연결고리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퍼즐 조각들이 조금씩 맞춰지기 시작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06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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