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B110 11화

조각난 정의를 모아 (1)

part 1

by 서정윤

[B110호, 은밀한 전진 기지]

세현시 교육청의 가장 깊숙한 곳, 지하 1층.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가득하고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진 벽, 형광등이 깜빡거리는 B110호.

그동안 자료 보관실 겸 창고로 사용하던 지하 1층 110호는 이제 ‘세현시 교육계의 부패와 비리를 타파하고 진정한 교육 개혁을 이루기 위한 특별조사팀’의 전진 기지로 거급나게 되었다. 교육청 내부의 복잡한 정치 역학과 기존 조직의 견제 속에서 특별조사팀은 시스템의 가장 낮은 곳, 이곳 B110호에서 교육계의 깊은 어둠을 파헤칠 것이다.

서준은 텅 빈 공간을 천천히 둘러봤다. 책상 몇 개와 의자, 그리고 한쪽 벽에 놓인 화이트보드가 전부였다.

그는 혜린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책상 위에 조용히 올려놓았다. 여기서부터, 그의 싸움은 다시 시작될 터였다.

[조각들을 모으는 시간]

교육감의 개혁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한 특별조사팀의 팀장으로서, 서준은 혜린의 죽음에 얽힌 미심쩍은 부분을 찾아내면서 동시에 교육계 부패 척결이라는 공적인 역할을 균형 있게 해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어렴풋이 알게 된 윤문식의 실체를 파헤치고, 관행처럼 굳어져버린 비리와 부패의 사슬을 끊어내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교육계의 실체를 꿰뚫고 있는 전문가들이 절실했다. 혜린이 남긴 단서, 교육계의 폐쇄성과 뿌리 깊은 부패의 특성, 그리고 앞으로 맞서 싸워야 할 거대한 권력. 이 모든 것을 고려하고 팀원을 꾸려야 한다.

현장의 경험을 가진 인물, 능통한 행정 실무자, 예산의 흐름을 꿰뚫는 재무 전문가, 그리고 은밀한 디지털 증거를 찾아낼 디지털 전문가. 이제 그들을 찾아 하나의 팀을 만들어야 할 시간이었다. 그의 움직임은 은밀하고 신중했다.


[첫 번째 조각 - 장태준]

가장 먼저 서준이 합류시키기로 마음먹은 사람은 장태준이었다. 혜린이 근무했던 학교의 학교폭력 은폐를 지시한 교장과 교감의 뒤를 쫓기 위해서는 학교 내부 사정에 밝은 장태준의 도움이 절실했다.

서준은 퇴직 후 시내의 한 어린이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장태준을 찾아갔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도서관 한편에서 장태준은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장태준 부장님. 언론에 알려진 대로 교육감 특별조사팀이 출범할 것입니다. 부장님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서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장태준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이미 교육계와 인연을 끊은 사람입니다.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단호함과 함께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부장님은 교육계 내부 사정에 가장 밝은 분입니다. 박현우 사건을 누군가 윗선에서 덮었다는 것, 부장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제발 돌아가주세요…….”

“부장님, 이런 일이 박현우 사건 하나였을까요? 그동안 무마된 사건들, 부장님이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렇게 덮어버리면 피해 학생은 2차, 3차의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저희 팀에 가장 필요한 분이 부장님입니다.”

서준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12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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