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송한 배웅
나는 일주일에 세 번쯤 승용차를 몰아 출근한다. 대개 아침 7시쯤 집을 나서는데, 그 시간은 아파트 경비원들의 인사가 시작되는 시각이기도 하다.
지하주차장을 벗어나 경사로를 올라서면, 첫 번째 경비원이 시야에 들어온다. 어깨를 곧게 펴고 선 그는, 차량이 가까워질 때쯤 모자의 챙에 손끝을 맞춘다. 거수경례. 그 동작은 정확하고 반복적이다. 단지 내 도로를 따라 천천히 움직이다 보면, 교차로 모퉁이에도, 동 입구 앞에도, 주차 유도선 옆에도 같은 자세로 선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지막으로 정문에 이르면, 또 한 분이 정자세로 서서 차를 향해 경례를 붙인다. 각도와 속도, 멈춘 시선까지 군대에서 보던 경례와 다르지 않다. 따로 연습을 하신 걸까 싶을 만큼, 동작은 일정하고 흐트러짐이 없다.
차 안에서는 라디오 뉴스가 흘러나오고, 창밖 곳곳에서는 경례가 이어진다. 그 경례를 받는 일이 싫은 건 아니다. 그러나 마음이 편하지도 않다. 나는 그저 하루를 시작하는 평범한 주민일 뿐인데, 정중한 예우를 받는 일이 어쩐지 과분하게 느껴진다. 누군가의 경례가 나를 위한 의식처럼 여겨질 때면, 송구스러운 마음마저 든다. 나는 그토록 정중한 배웅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날은 조금 더 일찍 집을 나선다. 6시 30분쯤, 아파트 단지는 아직 조용하다. 경비원들도 아직 각자 자리에 나와 있지 않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을 나갈 수 있는 그 아침이, 이상할 정도로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누군가의 정중한 경례를 받아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편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그들의 인사가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인사 없이도 편하게 지내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는 것을.
경비원들의 하루는 이미 그보다 훨씬 이전에 시작되었을 것이다. 재활용 분리수거, 아파트 단지 청소, 주차 민원 응대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 바쁜 일과 속에서도 그들은 7시면 어김없이 각자의 자리에 서서 차량 한 대 한 대에 경례를 붙인다. 나는 그 성실함 앞에서 부끄러워진다. 내가 언제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위해 이토록 일관된 행동을 해보았던가.
그 모습에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가 함께 떠오른다. 신호등이 잘 작동하는 곳에서도 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은 깃발을 들고 아이들과 함께 건넌다. 굳이 한 번 더 깃발을 드는 그 행위는, 시스템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빈틈을 메우는 몸짓이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아침 인사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꼭 필요하지 않은 일을 꾸준히 해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상을 지켜가고 있는 것이다.
그 인사는 누가 시작한 걸까. 입주자대표회의의 요청이었을까, 관리소장의 제안이었을까. 아니면 어느 한 분의 자발적인 인사가 시간이 흐르며 하나의 문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유가 무엇이든, 한 번 시작된 일은 곧 당연한 일이 되고, 누군가의 수고는 풍경 속으로 묻히게 된다. 관습은 언제나 조용하게 뿌리내리고,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채 반응조차 잊어간다. 나는 그 당연함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정작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당연하게 해주고 있는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나 역시 그랬다. 어떤 날은 고개를 꾸벅 숙였고, 어떤 날은 애써 못 본 척 지나쳤다. 유리창 너머로 짧게 손을 들어본 적도 있지만, 그것이 진심을 담은 인사였는지는 자신이 없다. 나는 받은 인사에 얼마나 제대로 응답하고 있었을까. 반복된 인사는 결국, 응답 없는 형식이 되지 않았을까. 그들의 경례가 공허한 의무로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면, 그것은 나의 무관심 때문일 수도 있었다.
경례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그것은 하루를 시작하는 방식이자, 자신의 일을 해내겠다는 마음가짐일지도 모른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동작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나에게도 이렇게 꾸준한 하루의 시작이 있었던가.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해주고 있었던가. 내 삶에는 다른 사람을 향한 이와 같은 꾸준한 마음이 있었던가.
살아오면서 나는 많은 것을 당연하게 받아왔다. 부모의 보살핌, 교사의 가르침, 친구의 우정, 동료의 협력. 그 모든 것들이 누군가의 마음과 행동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알면서도, 대부분을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여겨왔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아침 인사도 그중 하나였다. 어느새 그것은 내가 받아야 하는 서비스가 되었고, 나는 그저 받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오늘도 그들은 서 있을 것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정해진 시간에, 모자의 챙 끝에 손끝을 맞춰 경례를 할 것이다. 나는 차를 몰고 단지를 빠져나가며, 짧게 고개를 숙인다. 그 인사에 마음을 얹는다. 아주 작고 조용한 방식으로, 나도 오늘을 시작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 동안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인사를 건넬 수 있을까.
경례는 여전히 낯설다. 하지만 그 낯섦을 내가 느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솔직하고 당당한 하루가 될 것 같다. 지금까지 받기만 했던 것들을 생각하며,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지 묻게 된다. 그 질문이 내 안에서 답을 찾아가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