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노크합니다.
정신의료기관에서 퇴원한 이들 가운데 세 사람 중 한 명이 석 달을 채 버티지 못하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온다. 지금도 이 수치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이 문제가 지금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2011년, 내가 시에서 정신건강 업무를 담당하던 때, 이미 퇴원 이후의 삶이 병원 안보다 더 어렵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해는 유난히 바빴다. 2010년에 설치한 광역정신건강센터의 기틀을 다잡고, 부족한 광역정신보건센터의 사업비 확보와 인력 확충을 위해 시비로 운영되는 부산자살예방센터 설치를 고민하던 때였다. 다행히 그 다음 해에 2억 원의 시비를 확보해 부산자살예방센터를 개소할 수 있었다. 과장이나 계장이 시켜서 한 일도 아니었다. 시의 실무자로서 사명감과 보람으로 해나갔다. 하나씩 제도가 정립되고, 실체가 생겨날 때의 그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시절, 정신건강 분야의 업무는 법령이 전면적으로 개정되고 제도가 갖춰져 가는 중이었다. 예전과 달리 정신건강에 대해서도 사회적 관심이 모이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OECD 국가들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정신건강에 대한 공공투자는 일정 수준의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도 어느 정도는 살 만해졌기에, 그제야 마음의 문제에 눈을 돌릴 여유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제도적 기반이 하나씩 갖춰져 가는 가운데,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행정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이 여전히 가장 중요했다.
유난히 안타까웠던 한 현실이 있었다. 오랫동안 병원에 머물던 이들이 퇴원하고 돌아갈 집이 없는 경우가 계속되었다. 퇴원은 치료의 끝이었지만, 동시에 돌봄이 사라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병원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그들은 혼자가 되었다.
그 무렵, 광역정신건강센터의 한 팀장이 찾아왔다. 퇴원이 임박한 정신질환자가 퇴원 이후에도 무너지지 않도록, 병원 안에서부터 퇴원 후의 삶을 함께 설계해주는 사업을 제안한 것이었다. 이름은 '희망NOCH'. 병원(Hospital)과 지역사회(Community)를 연결하는 다리(Network)를 뜻하는 사업명이었다. 이 사업은 전문요원이 직접 병원을 방문해 퇴원 예정자와 만나고, 퇴원 후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지낼지를 함께 계획한다. 이후에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되어 지속적인 상담과 지원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퇴원이라는 문턱에서 다시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반드시 필요한 연결고리였다.
그리고 지금, 2025년, 다시 이 사업의 팀장이 되어보니, 희망NOCH는 여전히 작은 다리로 역할하고 있다. 물론 수치는 여전하다. 셋 중 한 명은 병원으로 돌아간다. 15년 가까이 사업을 이어왔음에도 여전히 같은 수치가 반복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실패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희망NOCH는 모든 걸 해결하는 해답이 아니라, 퇴원이라는 문턱 앞에서 혼자 두지 않는 시스템을 만든 첫 시도였다. 치료는 병원에서 끝나지만, 회복은 일상 속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수치를 줄이기 위해 애쓰는 손길도 여전히 현장에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부산에서는 희망NOCH 사업을 통해 정신의료기관 퇴원 예정자 690명에 대해 퇴원계획을 수립했고, 이 가운데 664명(96.2%)이 실제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되었다. 치료는 끝났지만, 돌봄은 끝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 아래 수백 명의 삶에 새로운 출구가 마련된 셈이다.
다만, 정확한 재입원율 수치는 여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희망NOCH 사업을 통해 퇴원한 이들이 지역사회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는지, 그에 따라 병원으로 다시 돌아가는 비율이 얼마나 줄었는지는 앞으로 더 면밀한 분석과 기록이 필요한 과제다.
퇴원 이후의 삶은 한 번의 개입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제도적 기반을 함께 다지고 있다. 가족이 없거나 돌봄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이미 공동생활가정과 자립생활주택, 지원주택을 정신건강복지법과 자립생활 지원 조례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 병원에서 나와도 주거와 서비스를 연속해서 제공해, 퇴원자가 스스로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들이다. 자립생활주택은 독립된 주거 공간에서의 생활을 전제로,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기술을 함께 배워나가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여러 형태의 지원주택과 지역사회 서비스가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부산에서는 아직 이런 체계적인 주거 지원 시스템이 구축되지 못한 상황이다. 예산과 조례, 인프라 모든 면에서 서울과는 차이가 크다.
서울시에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자립생활센터도 있다. 병원도, 보호자도 아닌 스스로가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된다는 선언 아래, 회복의 과정과 삶의 우선순위를 스스로 결정하고 함께 실천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그곳은 치료의 장소가 아니라, 같은 경험을 가진 이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성장하는 공간이다. 도움을 받던 사람이 함께하는 사람으로 역할이 바뀌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희망이 된다고 믿는다. 부산에서도 언젠가는 이런 당사자 중심의 자립생활센터가 만들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제도란, 결국 사람이 누군가의 일상을 지탱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퇴원 후의 삶, 외롭고 무너지는 하루를 막기 위해 우리가 잡아야 할 연결은 병원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시간들이다. 수치가 말해주는 현실은 여전히 가혹하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존재는 결코 의미 없지 않다. 그리고 그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복지와 정책의 교차로에서 손을 내미는 우리라는 것도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