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이 왜 이렇게 높나요?
금요일 오후, 모니터 한쪽에 메신저 알림이 떴다. 시의회에서 시정질문이 접수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언론이 집중적으로 다룬 ‘부산의 자살 문제’였다.
이미 예감했던 일이다. “부산 10대 자살률 해마다 느는데 예산 30% 삭감”, “부산 자살률 매년 높아지는데 예산 대폭 삭감” 같은 제목이 연이어 보도되더니, 결국 시의회가 움직였다. 질문은 세 가지였다. 부산의 자살률 현황, 예산 상황, 그리고 시의 대책.
얼마 전, 같은 고등학교 2학년 학생 셋이 함께 세상을 떠났다. 며칠 동안 신문과 방송에 ‘부산’이라는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통계 속 숫자는 누군가의 아들, 딸, 부모였다. 이 도시에서는 매년 천 명 안팎이 생을 마감한다. 그중 3분의 1은 노인이고, 10대 자살률은 최근 5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절반이 넘는 이들에게는 정신과 진료 이력조차 없었다.
열일곱 살 학생이 집을 나서던 그날 아침,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삶을 마무리한 어르신이 마지막으로 올려다본 하늘은 어떤 빛이었을까.
일본의 사례를 찾아보았다. 한때 OECD 자살률 1위였던 일본은 범부처가 함께 움직이며 매년 8천억 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했다. 상담 인력을 늘리고, 심리부검과 유족 지원, 사후관리까지 국가 시스템 안에 담았다. 무엇보다 ‘국가가 생명을 지킨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했다. 사회 분위기가 달라진 것도 그때였다.
최근 대통령이 첫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 자살률이 왜 이렇게 높은 겁니까?”라고 물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작은 희망이 생겼다. 보건복지부에 전직 정신건강정책관이 차관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에서도 변화를 읽었다. 선언이 아니라 실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본 것이다.
그러나 부산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자살예방센터는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고, 14명이 나누어 맡는 중앙부처의 일을 이곳에서는 단 한 명이 떠안고 있다. 예산도 불과 몇 년 사이 2억 8천만 원에서 1억 7천만 원으로 줄었다.
휴일 이른 아침, 시원한 시간에 출근해 답변서를 다듬었다. 고위험군 선별, 돌봄 강화, 상담 인프라 확충, 예산 증액과 조직 신설까지. 계획을 적어나가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이 초안이 아이들을 구할 수 있을까. 한 어르신의 마지막 밤을 바꿀 수 있을까. 아니면 수많은 계획 속에 파묻혀 또 하나의 임시방편으로만 남게 될까.
월요일 아침, 행정포털에 숙직실에서 접수한 민원이 이첩되어 있었다. 토요일 심야, 자살시도자를 응급입원시키려 했지만 병원은 잠복 결핵을 이유로 거절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밤새 경찰 지구대에서 보호를 받았다.
새벽 공기가 스미는 철제 의자 위, 그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그리고 그 기다림을 끝내 줄 누군가는, 과연 어디에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