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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37

by 서완석

붙이면 숨가쁘다.

단어들이 서로의 어깨에 부딪혀 부서지고

뜻은 서로의 그림자 속에서 사라진다.


띄어쓰기 없는 문장은 밀폐된 방 같다.

생각이 벽에 부딪혀 돌아오고

숨결은 곧 갇힌다.


한 칸을 비우면

빛이 그 사이로 스며든다.

빛은 단어와 단어 사이를 흐르고

바람이 들어와 단어의 살갗을 깨우고

의미는 다시 맥박을 찾는다.


비워둔 자리마다

숨죽인 새싹이 돋고

눈부신 소리가 자라난다.


그 여백 위를 걸을 때

우리의 삶도 문장이 된다.

서로의 틈으로 숨을 쉬며

말보다 깊은 것을 나눈다.


한 걸음, 한 호흡을 쉬면

띄어쓰기로 이어진 길 위에서

혼돈은 드디어 노래가 된다.

그 사이에서

우리의 삶이 쓴 문장이

천천히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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