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이면 숨가쁘다.
단어들이 서로의 어깨에 부딪혀 부서지고
뜻은 서로의 그림자 속에서 사라진다.
띄어쓰기 없는 문장은 밀폐된 방 같다.
생각이 벽에 부딪혀 돌아오고
숨결은 곧 갇힌다.
한 칸을 비우면
빛이 그 사이로 스며든다.
빛은 단어와 단어 사이를 흐르고
바람이 들어와 단어의 살갗을 깨우고
의미는 다시 맥박을 찾는다.
비워둔 자리마다
숨죽인 새싹이 돋고
눈부신 소리가 자라난다.
그 여백 위를 걸을 때
우리의 삶도 문장이 된다.
서로의 틈으로 숨을 쉬며
말보다 깊은 것을 나눈다.
한 걸음, 한 호흡을 쉬면
띄어쓰기로 이어진 길 위에서
혼돈은 드디어 노래가 된다.
그 사이에서
우리의 삶이 쓴 문장이
천천히 자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