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는
네가 올 거라고 말했었나 본데,
홑이불 하나밖에 없는 나에게
차디 찬 손으로 문을 두드리며
입김 같은 인사를 건네왔지.
김이 피어오르는 가마솥 앞,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섰는데
너는 등을 돌린 채
팔천 원의 온기마저 외면하더라.
가난한 자의 궁핍까지 차갑게 흘려보내는 냉정.
너를 사랑할 준비를 하려면
잊어야 할 옛사랑이 아직 남아 있는데
넌 틈새로도 스며들어
닫힌 문을 억지로 밀고 들어와
다시 상처를 남기더라.
전기장판의 불빛이 번져도
방바닥은 여전히 차갑고,
홑이불 속에서 몸을 감싸도
한기(寒氣)는 몸속 깊이 퍼진다.
아마 네가 남기고 간
그 미열의 그림자 때문이겠지.
타이레놀 한 알을 삼키며 생각했다.
공중화장실 문을 잠그고 누운 노숙자의
얼어붙은 희망보다
내 마음이 덜 시릴까.
그런데 너는,
그 문 앞을 서성이며
헤어지자고 말하더라.
내 찢긴 마음을 기워줄 생각은 없으면서
그 상처 위로
북극의 칼끝을 얹는 계절.
그러나 네가 다가올 저 찬란한 봄을 이길 것 같으냐.
어제는 화담숲을 다녀왔고
오늘은 수업이 있고
내일은 수필문학추천작가회 연차대회가 있고
제가 글 쓸 정서는 저만치 도망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