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의 자전거
내가 프렌즈에 빠지게 된 이유 -시즌7 Ep9
이번에 소개할 프렌즈 에피소드의 제목은 "피비의 자전거"이다. 무미건조한 제목일 수 있지만 이 에피소드에는 꽤나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알다시피, 피비라는 캐릭터는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냈다. 부모님은 모두 집을 나가버리고, 대신 키워주던 새엄마는 자살을 하고 새아빠는 감옥에 가는 등 시트콤이지만 어떻게 보면 잔인한 설정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피비는 자신의 과거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할 만큼 잘 극복했고, 좋은 친구들을 사귀고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평범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
이 에피소드는 로스가 자신의 아들인 벤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벤이 자전거를 배우는 것을 보면서 모두가 자신이 어렸을 때 자전거를 처음 배웠던 날의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피비도 자신의 어린 시절 자전거에 얽힌 일화를 이야기해 주었다.
피비가 공유해 준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길 건너에 사는 여자아이의 자전거가 너무 예뻤는데, 분홍색 프레임에 무지개색 술이 손잡이에 달려있고, 플라스틱 데이지가 붙어있는 하얀색 바구니도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나 디테일하게 모두 기억하는 거 보면 피비는 참 그 자전거를 타고 싶었나 보다 싶다.
그런데 슬프게도 그 길 건너에 사는 여자아이는 피비에게 자전거를 빌려주지 않았고, 결국 피비는 진짜 자전거를 타는 대신 자전거가 그려져 있는 포장상자를 탔다고 말했다. 이 일을 겪은 당사자인 피비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했지만 피비의 친구들은 모두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다.
특히 이 이야기에 마음이 쓰였던 로스는 피비에게 서프라이즈로 피비가 이야기한 자전거와 기가 막히게 똑같은 자전거를 구해서 선물을 해주었다. 피비는 선물을 받고 너무나 아이처럼 좋아하였는데 이상한 점은 매일같이 자전거를 끌고 다니기만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피비는 자전거를 탈 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자전거가 없어 자전거가 그려진 종이상자를 탔다고 했으니 말이다.
로스는 피비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주기로 결심하고 함께 연습한다. 부모님이 하시는 것처럼 로스는 "뒤에서 잡아줄 테니 걱정 말고 타봐!"라고 한 뒤 슬쩍 손을 놓았다. 결국 피비는 잘 가다가 넘어졌고 어린아이처럼 왜 손을 놨냐며 화가 잔뜩 나버렸다.
화가 난 피비를 다시 설득하여 연습하러 다시 나간 마지막 장면이 특히 우습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던 것 같은데, 피비가 쌩쌩 자전거를 너무나도 잘 타길래 "오 이제 마스터했구나" 싶은 와중에 자전거 바퀴가 클로즈업되어서 보니 보조바퀴를 달아 4발 자전거로 달리고 있었다. 그래도 이젠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피비가 어린아이는 아니지만 왠지 대견하고 뿌듯한 기분이었다.
어린 시절 자전거를 타지 못했던 것처럼, 피비는 지금도 자전거를 타지 못하고 있었고 그 시절 너무나도 부러웠던 자전거를 계속해서 기억하고 있었다. 운이 좋게도 로스는 참 마음이 따뜻한 친구여서 피비에게 자전거를 사주었고, 이로써 피비는 멈춰있던 어린 시절의 모습에서 자전거도 탈 줄 알고 자신의 핑크색 자전거도 소유하고 있는 성장한 피비로 한 단계 나아갈 수 있었다.
누구든 어린 시절에 채워지지 못했던 경험이나 슬퍼했던 상처들이 있을때 이를 그대로 안은 채로 어른이 되기도한다. 겉모습은 어른이지만, 사실상 내면은 어린 나의 모습 그대로인 것이다. 피비가 좋은 친구 로스를 만나 어른이 되어서라도 경험을 채우고 한걸음 나아갈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 또한 언제라도 경험에 늦은 것은 없다는 것을 늘 기억하고 있어야겠다.
모든 게 때가 있다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때에 맞는 경험들을 하며 커가는 것이 좋다는 건 사실이겠지만, 늦더라도 경험하고 나아가면 우리는 성장하는 거라는 걸 잊지 말자. 어린 시절 나에게도 처음 자전거를 배우던 그 순간이 있게 해 준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