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비용 갈등

내가 프렌즈에 빠지게 된 이유-시즌7 Ep2

by 말랑작가

요즘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결혼 비용에 대해서 참 많은 논쟁거리들이 있다. 결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결혼 업계는 부르는 게 값이고, 사람들은 어떻게든 결혼식을 안 할 수는 없으니 정말 큰돈을 투자해서 그날을 준비한다. 그래서 돈 없으면 결혼도 못한다는 이야기가 어찌 보면 인정하긴 싫지만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처음 공개하는 이야기이지만, 나 또한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결혼에 환상도 없고 주목받기도 싫어하는 성격이라 대충대충 준비하고는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더 비싼 것, 더 좋은 것에 눈이 가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다. 어쩔 수 없는 사람 마음인가 보다 싶기도 하면서,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면서... 참 갈대 같은 마음으로 여전히 흔들리는 중이다.


이번에 이야기하는 모니카와 챈들러의 결혼 준비 에피소드는 내가 결혼을 준비하게 되는 당사자가 되면서 더욱 공유하고 싶어진 스토리이기도 하다. (부디 스포일러가 되지 않았기를 바라며...) 프렌즈에서 모니카의 결혼식에 대한 로망은 아주 오랫동안 키워온 꿈처럼 묘사된다.


챈들러가 모니카에게 약혼 프러포즈를 하게 된 이후, 모니카는 일명 웨딩북이라는 것을 꺼내 들며 결혼식에 대한 로망을 펼쳐본다. 그런데 이럴 수가, 모니카의 부모님은 그동안 그녀를 위해 저축해 오던 결혼자금을 모두 다 써 버려서 그녀에게 줄 돈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드디어 그녀의 로망을 펼칠 기회였는데 참 안쓰러운 모니카이다.


절망에 빠진 모니카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챈들러에게 혹시 모은 돈이 얼마나 있는지 물어보게 되고, 챈들러가 상당히 많은 돈을 그동안 모아 왔단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돈이라면 내가 꿈꾸던 결혼식을 할 수 있어..!" 라며 모니카는 기쁨에 차오른다. 그런데 챈들러는 자신이 6년간 꾸준히 모아 온 돈을 결혼식 하루 동안 모두 소비해 버리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했고, 자신은 이 돈을 절대 다 쓰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언성이 높아지고, 모니카와 챈들러는 잠시 떨어져 생각의 시간을 갖는다. 사실 여기서 나는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챈들러의 입장에 공감했다. 나라면 아주 화가 나고 서운해서 절대 양보하지 않으리라. 그런데 절대로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것만 같았던 챈들러와 모니카가 서로에게 다시 꺼낸 말이 나에겐 참 인상적이었다. 그 대목을 인용해 보겠다.



Monica :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자기가 모은 돈을 몽땅 결혼식에 쓰라고 하면 안 됐어.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이잖아

Chandler : 나도 생각해 봤어. 내가 미안해, 우리 결혼식에 돈 전부 쓰자..!

Monica : 진짜?

Chandler : 응..! 내가 프러포즈할 때 널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말했잖아. 완벽한 결혼식이 널 행복하게 한다면 그렇게 해야지!

Monica : 다정해라.. 근데 그럼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하지?

Chandlee : 미래는 잊어..! 애는 둘만 낳아서 더 마음에 드는 애만 대학 보내면되지~

Monica : 벌써 그런 것도 생각해 봤어? 원래는 자식을 몇 명 낳고 싶었는데?

Chandler : 네 명!! 아들, 쌍둥이 딸, 또 아들!

Monica : 또 생각해 본 거 있어?

Chandler : 우리가 어디 살지 그런 거, 도시 외곽의 작은 집에서 애들이 자전거 타는 법 같은 거도 배우는 그런 곳이 좋겠지..!

목에 방울을 단 고양이도 키워서 쪽문 지날 때마다 종소리 들리고, 차고 위에는 조이가 말년을 보내고.....

Monica : 있잖아, 나 크고 화려한 결혼식 원치 않아. 방금 자기가 말한 모든 걸 나도 원해. 결혼 생활 말이야.

Chandler : 진짜로???

Monica : 응

Chandler : 내가 너무 사랑해

Monica : 나도 사랑해




어쩌다 보니 인용이 생각보다 길어졌는데, 내용을 끊을 수가 없었다. 다 너무 주옥같고 맥락 상 필요한 대사들이다 보니 말이다. 여기서 요한 점은 두 사람이 한바탕 싸우고 다시 만났을 때에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먼저 한발 씩 양보를 했다는 점이었다. 나의 판단으로는 전혀 이해하기 힘든 어떤 것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이 행복하다고 말한다면 기꺼이 해주려고 하는 마음. 어쩌면 실제로 그렇게 해주었느냐 안 해주었느냐 결과보다 서로를 위하려는 그 마음이 참 고맙고 따뜻한 것 같다.


결국 모니카와 챈들러는 화려한 웨딩을 선택하지 않고 둘이 꾸려나갈 행복한 미래를 선택했다. 그렇지만 아마도 선택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지 간에 둘이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합의하여 이뤄낸 결론이었다면 그게 정답이었을 것이다. 하루뿐인 결혼식이든, 여유있는 결혼생활이든 그들은 행복과 사랑을 선택했을 테니 말이다.


결혼준비를 하는, 또는 할 예정인 많은 예비부부들에게 내가 꼭 이 에피소드를 공유해주고 싶었던 이유는 앞으로 있을 수많은 의견 충돌과 대립에서 늘 서로를 사랑하고 행복을 빌어주는 마음을 기저에 갖고 임하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나 또한 머리로는 알지만 실천이 어려워서 늘 넘어지지만,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의 차이는 크니까 말이다.


결혼을 준비 중인 내가 과연 결혼식을 호화롭게 할지, 결혼 생활을 위해 자금을 아껴둘지 이 두 가지 선택지 중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공개하지 않도록 하겠다.(독자 여러분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싶지 않다) 다만 나의 미래 남편이 될 현 남자친구와 사랑하는 마음으로 의견 합의를 이루겠다고만 꼭 약속하 이번 글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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