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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샘 Jun 28. 2022

갈망과 망설임 사이를 걸으며

지난 과거와 나의 관계에 대해 내가 인식했던 상처로 나를 정의하고 그 정의대로 살아가는 것은 내 스스로 내 안의 분노를 키우고 과거의 지배를 받는 삶을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는 변화로의 갈망을 시작했다. 그 갈망은 정말 강열할 것 같았지만, 밀려오는 파도에 모래성이 쓸려 가듯 너무 쉽게 무너졌다. 그러면서 다시 변화를 포기하려는 내 마음의 움직임과 나는 대면해야했다. 그러면서 상처를 원망하는 것 같았지만 상처가 아닌 나 자신을 미워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나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정말 셀 수 없이 변하는 것이 두려워 익숙한 나로 돌아갔다. 그 시간은 생각보다 참 길었다.


무언가 깨달음을 얻었지만 그 깨달음을 내 삶 속에서 실현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 깨달음이 나의 어떠함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라서 더 망설임이 컸다. 사실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깨달음을 얻기 전처럼 행동하고 예전처럼 지내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웠다. 아주 편안한 옷을 자주 선택해 입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면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고  또 물었다.

그건 변화, 그건 과거가 아닌 지금 현재의 내 삶을 살아가는 것!


갈망과 망설임 사이에서 수없이 나는 과거로부터 자유하려 노력했다. 과거의 상처에서 자유하며 그것에 내 삶을 맡기지 않으리라고. 그 상처로 인해 나를 미워하지 않으리라고 말이다. 과거의 상처를 인해 내가 감정적 어려움을 겪고 내 삶의 어떤 어려움이나 문제의 이유를 과거로 귀인하며 보내는 순간들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매순간 싸우고 있고 그 싸움에서 도망가거나 그 싸움에 뛰어들지 않으려는 망설임은 이전과 달리 현저히 줄었다.


아마 평생 갈망과 망설임 사이를 걸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갈망과 망설임 사이에서 갈망을 쫓아가는 나를 보는 것은 행복이다. 5월 가정의 달에 남편과 함께 이순재, 손숙 주연의 연극 “바람 다녀가셔요”를 보며 나는 다시 한 번 아버지를 보냈다. 박씨 이순재와 순자 손숙의 삶은 그들만의 이유로 나름의 모습을 그리며 펼쳐졌고, 순자의 마지막 이후 박씨와 주변 사람들은 누군가의 덕으로 자신의 삶이 채워졌던 부분을 생각하게 된다. 이전에는 그냥 내 삶에 미친 아버지의 영향을 기억했지만 불혹의 나이를 지나면서는 “아버지 개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내가 생각지 못한 그 분의 삶!! 내가 들어보지 못한 아버지의 삶의 이야기는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내게 흘러온 덕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다. 그것도 찾아보려한다.

갈망과 망설임은 계속이지만 그 안에서 나는 성장하고 있고 과거나 아닌 현재를 살아가고 있어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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