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엔 일주일에 3, 4일은 술을 마셨던 것 같다. 대학생 때도 쉼 없이 마셨고, 임용이 되고도 동료 선생님들과 쉼 없이 마셨다. 살도 많이 쪘다. 그리고 난생처음으로 건강검진을 받았다. 고혈압이라고 했다. 나는 충분히 운동해서 살을 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내과 진료를 받아보라고 했지만 나는 외면했었다. 검진을 받고 술을 잠시 멈추고 운동을 시작했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결혼을 하고도 마찬가지였다. 술은 예전보다 덜 마셨지만 살도 빠지지 않고 혈압도 그대로였다.
그러던 3년 전 건강검진을 받고 결과를 들으러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안압이 높아 실명이 될 수도 있으니 안과검진을 지금 당장 받아오라고 했다. 그 심각했던 의사 선생님의 표정은 아직도 머릿속에 선하다. 그때 최고 혈압이 160이 넘었다. 아내가 현미밥을 싸주고 집에서 야채 위주의 식단을 짜주는 등 노력을 많이 했지만 나 스스로 노력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아기들에게도 미안했다. 엄마에게도...
혈압약은 한 번 먹으면 끊을 수 없다고들 했다. 그래서 더욱더 먹기 싫었다. 아내가 열심히 책을 읽고 알려줬다. 혈압약은 최대한 먹지 않는 게 좋단다. 혈류 속도를 결국 낮추게 해 줘 혈압을 낮추는 건데 그러면 찌꺼기 등이 더 쌓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이라는 것이 혈압약을 먹음으로써 혈압이 낮아져 식생활이나 운동하는 습관을 바꾸지 않고 안주하게 되어 평생 약을 먹는 꼴이 되는 거라고 얘기해 줬다.
그래도 의사 선생님은 지금 혈압이 너무 높아 당장에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다고 했다. 그래서 약을 받아와 약을 먹기 시작했다. 약을 먹으니 혈압이 120으로 돌아왔다. 휴직을 하게 되고 일 년 동안 운동을 열심히 해서 혈압약을 끊고 복직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금오산 100번 오르기에 도전했다.
결과적으로는 혈압약도 끊지 못했고 금오산에도 100번 오르지 못했다. 그래도 혈압약도 가장 낮은 용량을 약을 먹게 되었고 금오산도 70번 넘게 올랐다. 허벅지도, 종아리도 딴딴 해졌다. 산을 오르는 즐거움도 알게 되었고, 물에는 평생 들어갈 일 없을 거라 믿었지만 수영도 배우게 되었다.
복직을 하고 새벽 수영을 하며 아침 식단도 조절하고 있다. 술자리도 한 달에 한 번 될까 말까 하다. 올 초 두 자릿수 몸무게를 목표로 삼았다. 지금까지 하루 빼고 수영장도 열심히 다녔다. 그렇게 드디어 공복 몸무게가 98kg 대로 들어왔다. 이제야 두 자릿수에 들어왔다고 해도 되겠다 싶다. 느리기는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몸무게가 줄고 있다.
저번에 약을 타러 갔을 때 의사 선생님에게 물었다. "약은 언제 되면 끊을 수 있을까요?" 내가 이래 물으니 의사 선생님께서 "약은 못 끊어요. 약 끊어도 몇 년 안에 되돌아오더라고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제가 몸무게가 90kg 즘 되면 약을 끊어도 될까요?" 다시 물으니 그럼 충분히 끊어도 된단다. 그 대신 그 몸무게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계속 체중이 감소되고 있으니 열심히 노력해 보라고 용기도 북돋아 주셨다.